중증 치매를 앓는 부모 명의의 부동산은 자녀 합의만으로 처분하면 무효이며, 횡령죄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중증 치매를 앓는 아버지 명의의 아파트를 팔기로 한 A씨 가족. 1억 1000만 원의 매매대금은 두 딸이 나눠 갖고, 아들은 권리를 포기하기로 자녀 3남매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과거 아버지가 건강할 때 아파트 매매에 구두로 동의한 적도 있어, A씨는 이 합의대로 계약을 진행해도 괜찮을지 변호사들에게 자문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가족 간 합의만 믿고 섣불리 아파트를 팔았다가는 매매계약이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세금 폭탄이나 횡령죄까지 문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 가족이 계획한 대로 재산을 처분하고 분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녀 전원 합의해도 ‘무효’…치매 부친 부동산 처분, 첫 단추는 ‘성년후견’
결론부터 말하면, 중증 치매 상태인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을 자녀들의 합의만으로 처분할 수는 없다. 변호사들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은 무효가 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림 하정림 변호사는 “치매가 심해 부친이 현재 의사표시를 하기 어렵다면, 예전에 구두로 동의했더라도 지금 바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이 모두 동의해도 부친 생전에는 아파트가 상속재산이 아니라 부친 재산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임의로 팔 수 없다”고 짚었다.
변호사들은 이런 경우 가장 안전하고 유일한 방법은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년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을 대신해 법원이 선임한 후견인이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중증 치매로 의사능력이 없는 부친 명의의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거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특별대리인 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이 사안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특별대리인은 이 사안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딸이 후견인 되면 바로 팔 수 있나?…‘법원 허가’라는 두 번째 관문
자녀 중 한 명이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아파트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의 중요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두 번째 관문이 남았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더라도 아버님의 소유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할 때는, 반드시 법원의 사전 ‘부동산 처분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만 법적 효력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매각의 필요성, 매매 대금의 사용 목적 등이 오직 피후견인(아버지)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엄격하게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법인 안팍 박재한 변호사는 “신청서에 자녀 간 합의서, 아들의 상속 포기 서약서를 첨부하면 법원이 호의적으로 검토한다”고 조언했다.
“매매대금은 딸들끼리”…가족 합의가 ‘증여세·횡령’ 부를 수도
변호사들이 가장 심각하게 우려한 지점은 매매대금의 분배 문제였다. 아버지 생전에 아파트 매매대금을 딸들이 나눠 갖는 것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해당 아파트는 아버님의 고유 재산이므로, 매매 대금은 전액 아버님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어 치료와 부양을 위해서만 온전히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버님 생전에 매매 대금을 자녀들이 임의로 나누는 것은 업무상 횡령 등에 해당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이러한 목적의 부동산 처분은 절대 허가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태강 조은 변호사 역시 “매매대금을 자녀들이 모두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딸들의 계좌로 지급하거나 분배하는 것은 후견인의 재산관리의무나 증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아들이 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써 주기로 한 것도, 현 단계에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상속 포기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야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①성년후견 개시 신청 ②법원의 부동산 처분 허가 ③매매계약 체결 ④매매대금 전액 부친 계좌 입금 순서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남은 재산을 상속인들이 협의해 분할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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