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국내 본주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재평가가 시작됐다는 긍정론과 상장 초기 프리미엄에 불과하다는 신중론이 맞서며 향후 주가 흐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은 전 거래일보다 27.29% 급등한 193.9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DR 1주는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국내 원주 가격으로 환산하면 14일 종가인 191만3,000원보다 약 51% 높은 수준이다.
공모 당시 약 3% 수준이었던 프리미엄은 상장 3거래일 만에 50%를 넘어섰다.
ADR은 원칙적으로 국내 원주와 상호 전환이 가능하지만 예탁기관을 거쳐야 하고 환전 비용과 일정 기간이 필요해 단기적으로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50%가 넘는 프리미엄은 일반적인 수준을 크게 웃도는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ADR 급등에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사이먼 콜스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ADR 목표주가를 33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당시 종가 대비 약 117% 높은 수준이다.
콜스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며 "AI 투자 확대에 따라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2027년 더욱 심화되고 2028년에도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ADR 옵션거래가 시작된 점도 투자 수요 확대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ADR 프리미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론은 미국 시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ADR 상장을 통해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TSMC 역시 ADR 비중 확대 이후 본주와 함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TSMC는 ADR 프리미엄이 25~30% 수준에서도 외국인의 본주 매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간이 지나면서 ADR과 본주의 가격 차이는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민희 아리스 독립리서치 연구원은 "가격 차이가 확대되면 기관투자자들이 원주를 ADR로 전환해 미국 시장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ADR과 본주 가격이 서로 수렴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기업 가치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ADR 자체보다 실적과 성장성"이라고 덧붙였다.
ADR 강세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4% 오른 7,284.41에 마감하며 급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2조3,31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8.83% 상승한 208만2,000원으로 다시 '200만 닉스'를 회복했고, 지주사인 SK스퀘어도 16.13% 급등했다.
삼성전자 역시 6.27% 오르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긴축 우려가 완화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방침을 철회한 것도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 ADR이 단기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AI 메모리 시장 성장성이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