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가유산이 박물관과 고궁을 벗어나 뷰티·패션 등 일상 소비재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국가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과 공간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보존과 관람 중심이던 국가유산 활용 방식이 대중이 ‘직접 입고 쓰는 콘텐츠’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K-헤리티지 컬렉션’ 팝업스토어 공개 행사에서는 이 같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가유산청과 더네이쳐홀딩스는 지난해 체결한 국가유산 보존·활용 활성화 업무협약의 첫 성과를 공개하며, 국가유산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이번 K헤리티지 컬렉션은 국가유산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많은 분들이 일상 속에서 친근하게 국가 유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한 프로젝트”라며 “국가 유산 보존 및 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의미 있는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공개된 팝업스토어는 개장 직후부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었다. 한옥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입구를 지나자 민화와 자개, 훈민정음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전시 공간이 펼쳐졌고, 의류와 신발, 텀블러 등 컬렉션 제품을 직접 착용하거나 사진을 남기는 방문객들로 곳곳이 붐볐다.
이번 프로젝트는 훈민정음과 자개, 민화, 단청, 전통 건축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을 의류와 신발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았다. 국제행사를 계기로 우리 국가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팝업 역시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국가유산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구성한 체험형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전통 문양을 적용한 공간 연출과 체험 프로그램, SNS 인증 이벤트, 자개 손거울 증정, 이름 각인 이벤트 등을 마련해 소비 과정 자체가 국가유산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더네이쳐홀딩스는 이번 더현대 서울 팝업을 시작으로 향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와 잠실 롯데월드몰 등 주요 거점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 ‘보는 문화재’에서 ‘소비하는 콘텐츠’로
이번 협업은 국가유산 활용 방식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가유산 정책이 보존과 전시, 관광 활성화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민간 브랜드와 협업해 일상 속 소비재에 국가유산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유산을 특별한 공간에서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입고 쓰고 사용하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서 뷰티 브랜드 클리오와 협업한 컬렉션에서도 시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는 패션으로 협업 범위를 넓히며 국가유산 활용 영역을 뷰티에서 라이프스타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하는 프로젝트”라며 “누구나 일상 속에서 국가유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국다움’이 브랜드 경쟁력
K뷰티와 K패션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국적인 디자인과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품 기능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 시장에서 브랜드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민화·자개·훈민정음 등 국가유산은 한국만이 보유한 고유 디자인 자산으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 콘텐츠 IP라고 평가한다.
특히 시각적 완성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에도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더네이쳐홀딩스 역시 이번 협업을 단기적인 매출 확대보다 한국 문화 확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이어 “매출 확대보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역할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며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높은 상황 속 이를 기반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번 컬렉션은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만큼 한국을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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