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의 외형은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가입금액을 가입자 수로 나눈 단순 평균은 은행이 더 컸다.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은 약 1683만원으로 증권사 약 603만원의 2.8배였다. 은행권에서는 신탁·일임형 운용과 프라이빗뱅킹(PB), 펀드·연금 서비스를 연결해 직접투자 수요와 다른 자산관리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증권사를 통한 ISA 가입자는 798만4350명으로 전체의 88.5%를 차지했다. 가입금액은 48조1685억원으로 전체 ISA 자금의 73.4%였다.
은행 ISA 가입자는 103만5087명으로 전체의 11.5%에 그쳤지만 가입금액은 17조4171억원으로 26.6%를 차지했다. 증권사와 비교하면 가입자 비중보다 가입금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권별 가입금액을 가입자 수로 나누면 은행은 약 1683만원, 증권사는 약 603만원으로 나타났다. 고객별 실제 평균잔액이나 동일 가입자의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지만, 증권사는 다수의 투자중개형 고객을 확보한 반면 은행은 가입자 비중보다 가입금액 비중이 높은 차이가 확인됐다.
증권사의 ISA 비중 확대를 은행 고객 자금이 그대로 증권사로 이동한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규 가입과 시장 성장이 투자중개형을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은행이 새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어려워진 흐름은 확인된다.
투자중개형은 증권사를 통해 개설할 수 있다. 은행권은 고객이 예금과 펀드 등을 직접 고르는 신탁형과 투자성향에 맞춰 모델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연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권사가 국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직접매매 편의를 앞세운다면 은행은 자산배분과 상담, 연금 이전을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직접 종목을 고르기보다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거나 예금·펀드·연금계좌를 한 금융회사에서 관리하려는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임형 ISA에서는 고객의 투자성향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형과 채권형 자산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며 "단기 수익률보다 변동성 관리와 안정적인 중장기 자산 형성에 중점을 두는 점이 은행 ISA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ISA를 계좌 하나의 운용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자산관리 서비스와 연결하고 있다. ISA 가입자를 PB 상담과 펀드,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으로 이어가면 만기 이후에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ISA를 PB 상담과 펀드, 연금·IRP 등을 연결하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ISA 만기자금의 전부나 일부를 연금계좌로 옮겨 노후자산 관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접점이다.
은행별 대응은 신탁형과 일임형을 함께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과 비대면 관리 기능, PB·연금 서비스로 고객을 이어가는 방식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은행은 고객 투자성향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 자산을 조합한 일임형 모델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직접 상품을 고르는 신탁형과 자산배분을 맡기는 일임형을 제공하고, 자산관리 상담과 연금계좌 이전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채널에서 일임형 ISA 신규 가입과 계좌 이전, 자동이체, 모델 포트폴리오 변경, 보유자산·운용 현황 조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도 운용 상황을 확인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신탁형과 일임형 ISA를 함께 운영하며 상품과 운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비대면 메뉴를 두고 있다. ISA 만기자금의 연금계좌 이체 신청·조회 기능도 제공해 ISA와 연금자산 관리의 접점을 마련했다.
하나은행도 모바일 채널을 통해 ISA 가입과 일임형 납부·계좌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자산관리와 퇴직연금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구성한 형태다.
은행권에서는 거래 가능한 주식 종목보다 모델 포트폴리오와 관리 서비스에서 사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운용보수, 모바일 관리 기능, 상담 접근성, 만기 후 연금 이전을 얼마나 편리하게 묶느냐가 은행 ISA의 차별화 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ISA라고 해서 모든 편입상품의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신탁형 계좌에 담긴 예금은 상품별 예금자보호 조건을 적용받지만 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은 운용 결과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임형 역시 모델 포트폴리오의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가입자는 은행과 증권사라는 판매 채널만 비교하기보다 직접매매 가능 여부와 편입상품, 운용보수, 위험등급, 비대면 관리 기능, 만기 후 연금계좌 이전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접매매를 원하면 투자중개형을, 상품 선택과 자산배분 지원이나 상담·연금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려면 은행 신탁·일임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SA 시장의 계좌 수 경쟁에서는 증권사가 앞서 있지만, 은행은 가입자 비중보다 높은 자금 비중을 자산관리 서비스로 연결할 여지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ISA의 경쟁력이 투자중개형의 직접매매 기능을 따라가기보다 신탁·일임형 운용과 상담, 연금 이전을 얼마나 편리하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준혁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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