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과의사가 진료 중 환자에게서 폭언과 협박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현직 치과의사 A씨는 최근 환자 B씨의 치아를 치료하던 중 끔찍한 일을 겪었다.
B씨가 진료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B씨는 "ㅅㅂㄴ아, 내가 너 죽여버린다. 집 어디냐"며 폭언과 협박을 쏟아냈다.
이 일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병원 실장은 오히려 A씨의 응대 문제를 지적했다.
A씨는 다음 진료 때 밀폐된 공간에서 B씨와 단둘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환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더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A씨.
과연 환자를 고소하고 진료를 거부할 수 있을까?
"죽여버린다" 진료실 협박…의료법 위반·업무방해 등 3개 혐의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환자 B씨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 형사 고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의 폭력에 대해 더 무겁게 처벌하는 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늘찬 김병훈 변호사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인을 협박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는 형법상 단순 협박죄보다 법정형이 높은 특별법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협박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무법인 선 신준선 변호사는 "욕설과 함께 '죽여버린다', '집이 어디냐'는 식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협박죄에 해당한다"며 "또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환자의 폭언과 위협으로 진료가 중단됐다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선 '네 탓'이라는데…'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 될까
A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병원 실장이 '응대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병원 측의 평가와 환자의 형사책임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설령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진을 향한 욕설과 협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A씨는 B씨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엘앤에스 박주연 변호사는 "보건복지부 지침상 의료인 협박은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며 "병원 측에 해당 환자의 다음 예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의사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로웰 이수천 변호사 역시 "병원 측에 해당 환자의 협박 사실과 안전상 우려를 서면으로 알리고 담당 의료진 변경이나 직원 동석 등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소하려면 'CCTV·진료기록' 확보가 최우선
형사 고소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변호사들은 CCTV 영상이나 녹음 파일, 목격자 진술 등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해당 상황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진료실 내 CCTV 영상이나 녹음 파일이 있다면 보관해야 하고, 병원 내 다른 직원들의 증언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 역시 "진료기록, CCTV, 직원들의 목격 내용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며 "반복적인 위협이 우려된다면 병원 차원의 안전조치도 함께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직장에 직접 찾아오거나 이메일, 전화 등으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시킬 수 있다"며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돼 실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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