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로 엮은 생명의 순환…진유리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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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로 엮은 생명의 순환…진유리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

이데일리 2026-07-16 08:51:36 신고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026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중견 부문에 선정된 진유리 작가의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Soft Gravity)’을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KCDF갤러리 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코바늘 뜨기로 실을 잇고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탄생과 성장, 쇠퇴와 소멸이 이어지는 생의 순환을 장신구와 대형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진유리 작가의 작품(사진=공진원).
진유리 작가의 작품(사진=공진원).


전시 제목인 ‘부드러운 중력’은 여린 실 한 올이 한 코씩 이어져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착안했다. 작가는 얇은 실이 장신구와 벽면 작업, 공간을 채우는 설치 작품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형태 속에 숨은 강인한 힘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중력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작은 조각들이 밀도와 존재감을 획득해가는 힘을 의미한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진 작가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작업의 중심을 금속에서 실과 코바늘로 옮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뜨개의 기억을 바탕으로 코바늘을 자신의 작업 언어로 삼았으며, 기계의 도움 없이 실 한 가닥과 코바늘 하나만으로 완성하는 수공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 장신구 시리즈인 ‘둥근 변이’는 도넛이나 나팔 형태를 닮은 요소들이 증식하고 순환하는 모습을 목걸이와 브로치로 구현한 작품이다. 붉은색의 반복되는 형태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앞뒤의 경계를 흐린 조형은 시작과 끝이 분리되지 않는 순환의 구조를 은유한다.

‘붉은 변성’ 연작에서는 혈관과 림프관을 연상시키는 구조물과 유기적인 덩어리를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코바늘 작업으로 만든 선과 관, 반구 형태는 캔버스와 나무 패널, 바닥과 천장을 넘나들며 평면과 부조, 오브제, 설치의 경계를 확장한다.

관객 참여형 장신구 작업인 ‘선택’도 함께 선보인다. 동일한 재료로 제작했지만 크기와 비례, 밀도가 조금씩 다른 브로치 가운데 하나를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관객은 자신의 감각과 판단을 되짚어보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의 감각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전시장에는 목걸이와 브로치 10여 점을 비롯해 캔버스 작업과 천장 구조를 활용한 설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장신구와 평면, 오브제가 하나의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다양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김경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이번 전시는 삶의 전환기를 거치며 금속에서 실로 자신의 언어를 옮겨온 진유리 작가가 반복과 순환이라는 공예 고유의 시간성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개인의 서사를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가는 작가들을 폭넓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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