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라면인데 어떤 날은 면이 탱탱하고 어떤 날은 푹 퍼져 있다면, 스프를 넣은 순서부터 되짚어 볼 일이다. 물이 끓기 전에 스프를 먼저 푸느냐, 끓은 뒤 면과 함께 넣느냐에 따라 면의 식감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밀은 끓는점에 있다. 물에 스프를 먼저 풀면 소금을 비롯한 성분들 덕분에 끓는점이 조금 올라가고, 그만큼 면이 더 높은 온도에서 익는다. 겉면이 빠르게 익으면서 전분이 덜 빠져나오니, 면발이 붇지 않고 탄력이 살아 있게 된다.
반대로 끓는 물에 면부터 넣으면 면에서 빠져나온 전분이 국물에 퍼져 걸쭉하고 탁해진다.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좋아한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지만, 면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익어 그만큼 잘 퍼진다.
결국 탱탱한 면이 목표라면 스프 먼저, 걸쭉한 국물이 목표라면 면 먼저인 셈인데, 대개는 스프를 먼저 넣는 쪽이 실패가 적다. 같은 봉지, 같은 물인데도 순서 하나로 결과가 갈리는 셈이다.
소금이 끌어올리는 끓는점, 살아나는 면발
순수한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소금 같은 성분이 녹아 있으면 끓는점이 그보다 올라간다. 스프를 미리 풀어 두는 것은 바로 이 원리를 빌리는 일로, 몇 도 차이라도 더 뜨거운 물에서 면이 익기 시작하면 겉이 단단하게 익어 쫄깃함이 오래간다.
이때 불 세기가 받쳐 줘야 한다. 센 불로 팔팔 끓는 상태를 유지해야 면이 온도를 충분히 받는데, 불이 약해 물이 뭉근하게만 끓으면 스프를 먼저 넣은 보람도 없이 면이 퍼지기 쉽다.
끓이는 중간에 젓가락으로 면을 들었다 놓기를 몇 번 반복하는 것도 요령이다. 면이 공기에 잠깐씩 닿으며 생기는 온도 차가 면발에 탄력을 더해 주는데, 분식집 라면이 유난히 쫄깃한 데에는 이런 잔손질이 숨어 있다.
물 양 계량과 계란 넣는 타이밍
순서 못지않게 기본이 되는 것이 물 양이다. 물이 많으면 국물이 싱겁고 적으면 짠 데다 면도 고르게 익지 않으니, 봉지에 적힌 물 양을 계량컵으로 한 번만 정확히 재 보면 국물 맛이 확실히 달라진다. 매번 눈대중으로 붓던 사람일수록 차이를 크게 느낀다.
계란은 넣는 시점이 맛을 가른다. 일찍 깨 넣고 휘저으면 국물 전체가 탁해지지만, 면이 거의 익었을 때 넣고 살짝만 저으면 국물이 맑게 유지된다.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은 채 반숙으로 익혀 두었다가, 마지막에 밥을 말면서 터뜨려 먹는 재미도 있다.
뚜껑도 쓰임이 있다. 처음에는 덮어 두어야 물이 빨리 끓고, 면을 넣은 뒤에는 열어 두어야 면이 고루 익는다. 마지막에 어슷 썬 파나 콩나물을 더하면 국물이 한결 개운해지는데, 라면은 불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붇기 시작하니 끓는 대로 바로 상에 올리는 것까지가 조리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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