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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경기 여주시 북내면의 한 야산.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100일간의 추적 끝에 반려동물 암매장 장소로 의심되는 비닐하우스를 발견했다. 땅을 판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개의 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보로 전해들은 암매장 정황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비교적 얕은 깊이에서는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은 개 사체가 발견됐다. 보호자의 이름, 전화번호가 적힌 이름표를 단 개도 발견됐다. 비닐하우스 안쪽을 미니 포클레인으로 파내자 마대자루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루를 열었을 때는 죽은 개들이 수십구씩 담겨 있는 상태였다. 총 세 차례의 굴착 작업을 마친 뒤 현장은 반려동물 사체로 가득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그 현장을 떠올리면 죽은 동물들의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사체 하나하나가 가해자들의 범행 결과물이자 증거였기에 발굴 과정이 중요했다. 삽질하고 포클레인을 가져와 땅을 파는 일도 라이프에서 직접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대부분은 산 채로 암매장돼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개체들 중 24여마리는 머리에 외상을 입고 두개골이 골절된 채였다. 이들은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으며 일부는 위에 음식물이 거의 없었다는 등 영양실조 소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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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의 추적 과정에서는 암매장될 뻔한 동물들도 구조됐다. 처리업자에게 넘겨지기 직전 단계에 놓인 반려동물 약 64마리를 라이프가 빼낸 것이었다.
심 대표는 “구조된 개들 대부분은 라이프의 협력 단체에서 보호 중이거나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됐다”며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공격적 성향을 지닌 친구들은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시설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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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없다’며 수백만원 받고…뒤로는 처리업자에 보내
반려동물이 죽임을 당하고 야산에 묻힌 배경에는 ‘신종 펫숍’이 있었다. 동물 보호소를 표방한 신종 펫숍은 주인으로부터 파양비를 받고 넘겨받은 동물을 다시 분양하거나 판매해 수익을 얻는 형태의 업체 등을 뜻한다.
실제로 사건 관련 신종 펫숍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정상 키우지 못하는 동물을 받아 입양을 보내주고 죽을 때까지 잘 돌봐주겠다’는 취지로 광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료 입소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의료비, 파양 후원금 명목으로 마리당 200만원에서 6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입양하기 어려운 동물, 인식 칩이 없는 동물 등을 선별해 짧게는 입소 다음 날 처리업자에게 넘겼다. 처리업자는 한 마리당 10만~3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와중 신종 펫숍 관계자들은 돈을 낸 고객에게 동물들이 잘 보호되는 것처럼 꾸민 사진을 전송하고 새 가정으로 입양된 것처럼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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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1년6월~4년 선고…2명 법정구속
이데일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3단독(이진규 판사)은 사건 발생 3년여 만인 지난달 23일 관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분양소의 실질적 대표에게는 징역 4년, 처리업자는 징역 2년 6개월, 본부장은 징역 2년, 공범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처리업자와 공범은 개 43마리와 고양이 18마리 등 61마리를 때려죽이거나 산 채로 매장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보호소 대표와 본부장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내려졌다. 이들이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면서도 처리업자에게 죽이는 것을 지시한 점 등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반려동물을 파양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의 심리적 부채감을 악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며 “약속과 달리 동물들을 열악한 보관소로 보내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했고, 피해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처리업자에 대해서는 “61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죽음에 이르렀으며 범행 방법의 잔혹성 등에 비추어 죄책이 무거운바,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의 수사 협조가 분양소 관계자들의 엄벌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 측면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최근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라이프는 시민 3만명이 서명한 엄벌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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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는 피고인 일부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받은 점을 비판하면서도 신종 펫숍이 근절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심 대표는 “근본적으로 동물을 너무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반려동물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키우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책임을 못 지니 유기하고, 유기하면 벌금이 두려우니 돈을 주고 버리는 행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도 SNS를 보면 ‘보호소에서 데려왔다’며 반려동물 입양 과정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글들이 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종 펫숍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고, ‘미처 몰랐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 정도로 신종 펫숍이 일상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이들 보호자를 먼저 비난하기보다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 신종 펫숍이 들어설 수 없도록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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