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한 찜통더위와 꿉꿉한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집안 곳곳에 차오르는 습기와 쾨쾨한 냄새로 골치를 앓는 가구가 늘고 있다. 습도를 잡기 위해 하루 종일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틀자니 전기요금 폭탄이 걱정되고, 시중에서 파는 제습제나 탈취제를 매번 사서 채워 넣기에는 지갑 사정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무료 제습 아이템이 있다. 바로 김이나 과자, 영양제 포장지 속에 얌전하게 들어있는 식품용 방습제, '실리카겔'이다. 무심코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던 이 작은 알갱이 주머니들을 모아 집안 곳곳에 똑똑하게 두기만 해도 곰팡이를 막고 냄새를 잡는 강력한 살림 치트키가 된다.
초파리 꼬이는 쓰레기통 악취, '이곳'에 붙여보세요

한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면 실내 온도와 습도가 같이 치솟으면서 집안 곳곳에서 불쾌한 냄새가 올라온다. 특히 젖은 쓰레기를 버리는 주방 쓰레기통은 조금만 방치해도 초파리가 꼬이고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주범이다.
이때 그동안 모아둔 실리카겔 2~3개를 쓰레기통 뚜껑 안쪽에 양면테이프로 척 붙여두자. 실리카겔(이산화규소 성분의 다공질 방습제)의 미세한 구멍들이 쓰레기통 내부의 꿉꿉한 수분을 쉴 새 없이 빨아들여, 냄새를 유발하는 부패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버려지던 작은 주머니가 가성비 최고의 강력한 탈취제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옷장부터 신발장까지, 곰팡이와 발냄새 잡는 공간 관리법

실리카겔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보관 공간에서 진짜 진가를 발휘한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 옷장이나 이불 서랍장 구석구석에 실리카겔을 넉넉히 흩뿌려 두자. 습기 때문에 아끼던 고급 모피나 겨울용 코트, 가죽 재킷에 헐건 곰팡이가 피어 옷을 영영 못 쓰게 되는 불상사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
비에 흠뻑 젖은 운동화 속이나 하루 종일 신어 땀으로 눅눅해진 가죽 구두 안쪽에도 실리카겔을 쑥 밀어 넣어두자. 젖은 신발이 마르는 시간이 놀랄 만큼 짧아지는 것은 물론, 신발장 문을 열 때마다 진동하던 특유의 쾨쾨한 발냄새까지 싹 사라진다. 매일 들고 다니는 헬스장 운동 가방 안에도 두세 개 넣어두면, 땀에 젖은 운동복과 수건에서 나는 찌든 냄새를 잡는 데 그만이다. 비 오는 날 차 안이 눅눅해지거나 차 앞 유리에 김이 심하게 서릴 때도 대시보드 안쪽이나 자동차 매트 아래에 툭 던져두면 실내 공기가 한결 뽀송뽀송해진다.
아끼는 은목걸이와 공구함 녹스는 것까지 막아준다?

공기 중에 가득한 수분은 차가운 금속을 빠르게 늙고 병들게 만드는 주적이다. 화장대 위에 올려둔 은(Silver) 목걸이나 메탈 시계는 공기 중의 습기와 만나면 시간이 갈수록 거무티티하게 변색된다. 이때 장신구를 보관하는 보석함 속에 실리카겔을 함께 넣어두면, 수분을 싹 흡수해 변색을 막고 처음 샀을 때의 반짝이는 영롱한 광택을 오래오래 지켜준다.
집에서 가끔 쓰는 공구함도 마찬가지다. 베란다나 창고에 눅눅하게 방치된 공구함 속 니퍼나 펜치, 드라이버는 습기를 먹으면 표면에 붉게 녹이 슬어 뻑뻑해지기 십상이다. 공구함 바닥에 실리카겔을 여유 있게 깔아두는 것만으로도 철제 도구가 녹스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주어 아끼는 공구들의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카메라 곰팡이 방지부터 물에 빠진 핸드폰 골든타임 구출까지

정밀한 미세 회로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고가의 전자기기에게 장마철 습기는 시한폭탄과 같다. 특히 비싼 DSLR 카메라나 교체용 렌즈는 조금만 습해도 렌즈 안쪽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 수십만 원의 수리비가 깨지기 쉽다. 카메라 보관 가방 안에 실리카겔을 넉넉히 넣어 밀봉해 두면 이런 끔찍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는 노트북, 태블릿 PC 파우치 안에도 방습제를 하나씩 넣어두면, 장마철 눅눅한 공기가 기기 안으로 스며들어 생기는 잦은 고장을 예방해 준다.
실수로 스마트폰이나 무선 이어폰을 변기나 물에 빠뜨렸을 때도 실리카겔은 빛을 발한다. 물에 빠진 기기를 건져 올렸다면 절대 전원을 켜지 말고 겉면에 묻은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내자. 그다음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지퍼백 안에 물에 빠진 기기와 그동안 모아둔 실리카겔을 가득 채워 넣고 이틀 정도 꽁꽁 밀봉해 둔다. 실리카겔이 기기 내부 깊숙한 회로 틈새에 스며든 미세한 수분까지 강력하게 빨아들여, 서비스센터에 가기 전 기기가 되살아날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훌륭한 응급 구조대 역할을 해낸다.
다 쓴 실리카겔
실리카겔 내부 미세 기공이 수분으로 가득 차면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주황색이나 파란색 지시약 알갱이가 첨가된 가공 방습제는 포화 상태에 이르면 녹색이나 분홍색으로 변색되어 수명 상태를 알린다. 제습 능력을 상실한 실리카겔은 일정한 열처리를 적용해 한시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가장 유용한 재생 방법은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강제 건조다. 주머니 포장 상태 그대로 투입하면 열에 녹아내리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반드시 알갱이 내용물만 꺼내 종이컵이나 내열 유리 용기에 담아 건조해야 한다. 고출력으로 과도하게 가열하면 알갱이 안의 수분이 급팽창하며 파열되므로 30초 단위로 시간을 끊어 서서히 열을 가하거나 해동 모드를 이용해 잔류 수분을 날려 보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재생 사용의 한계다. 복원 주기가 반복되면 실리카겔의 미세 다공질 이산화규소 구조가 붕괴되고 지시약 성분이 파괴되므로 영구 사용은 불가하며 안전상 2회에서 3회 가량만 재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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