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와 금융당국의 중징계 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MBK파트너스(MBK)가 미국에서 고려아연 투자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홈플러스 영업 중단과 청산 우려, 노동조합과의 면담 취소 등 국내 현안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또 다른 투자 기업 관련 대외 행보를 이어간 것이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주제로 한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윤종하 MBK 부회장을 비롯한 MBK·영풍 관계자와 미국 현지 정·재계 인사, 로비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행사는 홈플러스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은 직후 진행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 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마무리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MBK 측에 사전 통보한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이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이에 대해 제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남은 절차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법원은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며, 이달 20일까지 2천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 방안을 제출할 경우에 한해 회생절차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홈플러스는 전국 67개 매장의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면담도 연기되면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정치권에서도 청문회 추진과 함께 MBK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린 미국 행사에서는 MBK와 영풍이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라고 소개하며 프로젝트 크루서블 추진 계획과 협력 의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하 부회장은 MBK의 글로벌 투자 사례와 투자 철학을 소개했고, 행사장에서는 "좋은 회사를 인수해 더 나은 회사로 만든다"는 내용의 MBK 홍보영상도 상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가 사전 초청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금감원 제재심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온 시기에도 일정 준비가 계속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의 미국 사업과 관련해 복수의 현지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행사 역시 미국 내 대외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MBK는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은 별개의 투자 건이라는 입장이다. MBK는 일부 매체를 통해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고려아연 투자는 전혀 다른 투자사의 현안"이라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절차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과 청산 우려,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 금융당국 제재 절차 등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서 또 다른 투자 기업 관련 홍보 행사를 개최한 데 대해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며 "투자 활동 자체와 별개로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도 시장이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