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84시간 뛰어도 월208만원"…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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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84시간 뛰어도 월208만원"…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님들

이데일리 2026-07-15 19:2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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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한전진 기자] “최저임금은 부동산의 공시지가와 같습니다. 공시지가가 부동산 가격 전체에 영향을 미치듯이 최저임금 인상 역시 전체 임금 인상을 이끌 것입니다”

서울에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되자 이 같이 말했다. 법정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만 임금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보다 높은 시급을 받던 직원들의 임금도 연쇄적으로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올라가면 이미 그보다 많이 받던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까지 도미노처럼 함께 오른다”며 “서울 여의도나 마포 같은 상권은 아르바이트 시급이 이미 1만3000~1만5000원 수준인데 판매 가격은 쉽게 올리지도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 수수료에 월세, 원재료 인상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대폭 오르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들…“점주가 직접 뛴다”

서울에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근무표부터 다시 짰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라도 줄여야 인건비 인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서다. 점심부터 마감까지 직접 매장을 지키고 가족까지 동원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점주 혼자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거나 가족들이 돌아가며 매장을 지키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인건비가 조금만 더 올라가도 직원을 줄이거나 무인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매년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현장 부담이 대폭 커지고 있다. ‘장사’는 되지 않는데 ‘고정비’만 늘어나면서 아무리 일을 해도 매출은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업체당 연간 영업이익은 2500만원으로 2022년 3100만원보다 감소했다. 월 단위로 보면 약 208만원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 월 인건비 223만 63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현실화된지 이미 오래된 것이다.

특히 편의점과 외식 프랜차이즈,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은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서비스직 비중이 높고 인건비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2025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에 따르면 도소매업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5.1%로 제조업(24.5%)보다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주 혼자, 혹은 온 가족이 매달려 버티는 상황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자영업자 580만4000명 중 고용원이 없이 나홀로 자영업자가 428만명, 무급으로 가족이 돕는 자영업자가 85만3000명에 달했다.

◇인건비 늘자 무인화 가속…“사람 대신 기계”

직원을 줄이거나 무급가족종사자를 활용해도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점주들은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등 무인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무인화 전환이 빨라지고 청년·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등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외식업체 비율은 2021년 4.5%에서 지난해 13%로 4년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도입률은 17%로 일반 음식점(4.7%)보다 훨씬 높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도 키오스크를 설치한 음식점의 55%는 ‘인건비 절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 키오스크 도입 이후 판매·서빙 인력은 1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알바 비중이 높은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편의점은 담배와 주류의 판매 비중이 높아 무인화 도입이 남의 업계 이야기다. 인건비 부담은 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경영 악화로 지난해 국내 편의점 수는 5만 3266개로 전년(5만 4852개) 대비 1586곳이 사라졌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AI·키오스크 확산과 맞물려 요식업 등 자영업자의 신규 채용 기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정책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공실과 폐업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담은 결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사 모두 최저임금 불만…“정부, 부담 완화 대책 내놔야”

최저임금 결정 이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경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정부의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인상 폭이 생계비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반발하는 등 노사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그 고통은 결국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소한의 요구였던 업종별 구분 적용마저 무산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겼다”며 “숨만 쉬며 버티는 소상공인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비판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격년 결정 △업종별 구분 적용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동결됐어야 한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경총 집계 기준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은 12.4%로 2001년의 약 세 배에 달한다.

노동계는 오히려 인상 폭이 부족하다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의 생계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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