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에서 경찰차로 활약한 현대자동차 스텔라. 현대자동차 제공
〈호프〉에서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대표적인 헤리티지(유산) 모델인 ‘스텔라’를 영화 속 핵심 장치로 등장시켰다. 주목할 점은 이 협업이 단순한 제품 노출(PPL)에 그치지 않고,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현대차 콘텐츠 마케팅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행보는 2024년 단편영화 〈밤낚시〉에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차량 카메라의 시점만으로 영화의 전체 서사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연출을 시도했다. 특히 티켓 가격 1,000원의 ‘스낵무비’ 형태로 영화관에 배급하는 방식을 취하며, 소비자가 브랜디드 콘텐츠를 자연스러운 문화 콘텐츠로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독립영화 〈베드포드 파크〉에서는 단순 후원사를 넘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며 역할의 변화를 꾀했다. 상업적 흥행 중심의 주류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파트너로 선택함으로써,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성과 문화적 결을 시장에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에 개봉한 대형 상업영화 〈호프〉는 이러한 시도들을 한 단계 더 확장한 결과물이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의 거대한 서사 구조 속에 브랜드의 역사적 모델을 배치해, 보다 넓은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했다. 스텔라는 배경 화면으로 스쳐 지나가는 소품이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얽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세 프로젝트는 형식과 제작 규모가 모두 다르지만, 일관된 태도를 공유한다. 제품의 특장점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영화라는 독립된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는 점이다. 스낵 무비라는 새로운 배급 실험부터 독립영화 투자, 대형 블록버스터 협업에 이르기까지 현대차는 매번 예측을 비껴가는 방식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늘려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콘텐츠는 고객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강력한 접점”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일상에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 대중의 일상 속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브랜드로 진화 중인 현대자동차가 향후 어떤 형태의 마케팅 실험을 이어갈지 업계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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