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 약 50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투자업계가 기본예탁금과 교육 강화에 나섰지만, 투자자 손실과 시장 변동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와 10개 주요 증권사 대표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현행 1000만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투자자별 위험 안내와 교육을 강화하고 종가 부근에 집중되는 리밸런싱 거래를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출시됐다. 투자자는 거래 전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고 일반교육과 심화교육을 각각 1시간씩 이수해야 한다. 신용거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분산형 상장지수펀드(ETF)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상품명에 'ETF' 표기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출시 당시부터 위험성도 안내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개별주식의 일일 수익률 2배를 추종해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 손실이 날 수 있다.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면 기초주식이 원래 가격으로 돌아와도 투자금이 줄어드는 음의 복리효과도 발생한다.
출시 50일 만에 드러난 기존 안전장치 한계
그러나 하락장에서 기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 14종은 모두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14종과 인버스 2종을 합한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5일 16조원을 넘어섰으나 지난 13일 장중 10조원 수준까지 줄었다.
이 때문에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을 거친 투자자에게 같은 진입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예탁금 상향이 거래 문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했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고, 교육을 이수하더라도 실제 투자 과정에서 복리효과와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손실 위험은 남는다는 설명이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당 상품을 사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 교육이나 예탁금을 늘리는 방식만으로 상품 구조를 실제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도 신종 ETF 규율 재점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상품 투자 수요 등을 반영해 도입된 상품이지만 앞서 상품을 운용한 미국도 관련 규율을 다시 살피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투자설명서를 통해 일일 수익률 추종과 음의 복리효과를 안내하고, 일부 상품은 기초주식의 연간 수익률과 변동성을 조합한 예상 손익표를 제시해 왔다. 증권사가 상품을 추천할 때는 고객의 투자 목적과 위험 감내 수준을 고려하도록 판매 책임도 부과한다.
하지만 단일종목 전략과 고배율 상품이 빠르게 늘면서 기존 등록·공시 체계가 이들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단일종목 상품은 분산 효과 없이 한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확대하고, 일일 목표수익률을 장기 수익률의 단순 배수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 투자설명서 공시가 구체적이더라도 자기주도형 거래에서는 투자자가 이를 읽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도 남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30일 단일종목 전략과 고배율 상품 등을 포함한 신종 ETF의 등록·공시 체계에 대한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SEC는 신종 ETF의 투자전략이 차익거래 구조와 2차 시장 거래, 투자자 보호, 시장 감시와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신종 ETF에 분산 요건과 집중·발행사별 한도를 둘 필요가 있는지, 공시 요건을 강화하고 등록 효력 발생까지의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요청했다.
변동성 원인 다각도로 살펴야
시장 변동성의 원인을 레버리지 상품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이 기초주식의 1% 미만이지만 거래대금 비중은 삼성전자 20.07%, SK하이닉스 30.38%로 미국 주요 상품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상품 상장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오후 3시부터 3시30분 사이 거래량도 증가했다.
염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은 기존 주가 흐름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최근 변동성의 원인을 이 상품만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함께 확대된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새로운 추세를 만들거나 시장 방향을 바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투자자 손실과 시장 영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쏠림에 어느 정도 가담했을 수는 있지만 영향의 크기를 정확히 분리해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설명서나 예탁금, 교육 이수 시간을 늘리는 방식보다 투자자가 주문 단계에서 손실 가능성과 위험 구조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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