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실수였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소송에서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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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플러스] 실수였지만 되돌릴 수 없었다…소송에서는 왜 그럴까

경기일보 2026-07-15 13:37: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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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욱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서류를 잘못 제출하거나 버튼을 잘못 누르는 일도 흔하다. 대부분은 “죄송합니다. 착오였습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은 다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소송 자체를 끝내 버릴 수 있고, 그 실수를 나중에 알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2026년 5월27일 선고 2024구합72415 판결 참조)은 이러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사건에서 사임하면서 ‘사임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착오로 소송을 끝내는 ‘소 취하서’를 제출한 것이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원고 측은 “단순한 실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방이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은 종료됐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결론이다. 분명 잘못 제출한 서류인데 왜 바로잡을 수 없을까. 그 이유는 소송행위의 특수성에 있다. 우리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소송행위는 일반적인 계약이나 의사표시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소의 취하는 일반 사법상의 법률행위와 달리 내심의 의사보다 외부에 표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효력을 판단한다”고 밝혔다(대법원 1997년 6월27일 선고 97다6124 판결).

 

즉, 속으로는 사임서를 제출하려는 의사였더라도 실제 법원에 제출된 문서가 소 취하서라면 원칙적으로 그 표시 자체에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민법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규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84년 5월29일 선고 82다카963 판결)고 밝혔다. 일반 계약이라면 착오를 이유로 취소가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소송에서는 절차의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이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의미다.

 

만약 “실수였다”는 주장만으로 소 취하를 언제든 번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소송에 다시 휘말릴 수 있고, 법원의 사건 처리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소송은 당사자뿐 아니라 상대방과 법원까지 함께 움직이는 공적 절차이기 때문에 법은 개인의 착오보다 소송절차에 대한 신뢰를 우선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기나 강박 등 범죄행위로 인해 소송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처럼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단순한 실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판결은 변호사의 착오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소송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전자소송이 보편화된 지금은 서류 제출이 훨씬 간편해졌지만, 클릭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소송에서는 ‘무엇을 생각했는가’보다 ‘무엇을 제출했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판결은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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