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2명, 고급 저택 불투명 거래 의혹' 기사 삭제돼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싱가포르 법원이 장관들의 고급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을 제기한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에 대해 장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5억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K. 샨무감 내부무 장관과 탄 시 렝 인력자원부 장관이 블룸버그 회사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 사건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블룸버그 회사와 기자가 장관 1명 당 23만 싱가포르달러(약 2억6천600만원)씩 총 46만 싱가포르달러(약 5억3천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하고 해당 기사 삭제를 명령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해당 기사를 내렸다.
블룸버그는 2024년 12월 '싱가포르 고급 주택 거래, 점점 더 비밀에 싸여간다'는 기사에서 여러 고급 저택 거래가 법적 서류 없이 이뤄져 추적이 어렵다고 보도하면서 이들 장관이 관련된 거래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기사가 원고들이 불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숨기고 조사를 피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거래가 공개 기록으로 보관돼 있고 전산 서비스를 통해 검색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가 "원고들의 개인적 청렴성·인격·직업적 명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했다"면서 기사가 공익을 위해 작성됐다는 블룸버그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일반적으로 원고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명예훼손 손해배상액이 더 크게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통상 유료 구독자만 기사를 볼 수 있게 하는 블룸버그가 해당 기사를 무료로 공개한 것은 "악의적인 의도"를 보여준다면서 손해배상금 중 12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3천900만원)는 이런 악의에 대한 가중 처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 편집장은 "재판에서 우리는 보도 내용이 정확했고 중요한 공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번 판결에 매우 실망했지만, 물론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뉴스룸과 담당 기자는 청렴하게 행동했으며, 이번 재판의 핵심이 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모든 편집 기준을 준수했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이 실형 등 형사처벌을 받거나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 고위층의 비리에 대한 독자 기고문을 실은 독립매체 '온라인시티즌'(TOC)의 편집장과 해당 독자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2026 세계자유지수' 보고서에서 싱가포르는 100점 만점에 48점을 기록, 중간 등급인 '부분적인 자유 국가'로 분류됐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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