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연인에게 성병 검사를 함께 받자고 제안했어요.” 예비신부가 올린 글 하나가 온라인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을 불렀다.
‘결혼 전에 성병 검사 하는 게 기분 나쁜가’라는 제목의 글이 1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결혼을 염두에 둔 남자친구에게 성병 검사를 권했다가 예상 밖의 반응을 받았다며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쓴이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이제 피임 없이 관계를 갖게 되고 성병을 앓고 있으면 서로에게 좋지 않으니 한번쯤 검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은 이미 검사를 받았고 남자친구에게도 검사를 부탁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반응이 너무 시큰둥하고 말투도 싹 바뀌었다"며 "내가 성병을 의심하는 것처럼 보였나 싶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헤어질 생각은 없지만 2세를 생각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은 미리 치료해야 하지 않느냐"며 "결혼을 약속하고 만나는 사이인 만큼 나는 검사를 받고 왔고, 남자친구에게도 따로 받아 와 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화로 이야기한 탓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 보겠다"고도 했다.
글에는 짧은 시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먼저 글쓴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한 사이라면 당연히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 네티즌은 "남자 입장은 잘 모르겠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거라면 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남자가 조금 이기적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무조건 해야 한다. 검사를 안 하겠다고 하면 헤어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적었다. "성병은 정상적으로 연애하는 사람도 운이 나쁘면 걸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유를 잘 설명해 주라"는 조언도 있었다.
예비 배우자와 성병 검사, 상세 가족관계증명서를 함께 떼기로 했다는 한 네티즌은 "그게 왜 기분 나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불쾌함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 역시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친자확인검사에 가깝다. 남편이 아내에게 친자확인검사를 해 달라고 하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느냐"며 "그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결혼할 사이니까'라는 명목으로 남자친구가 범죄 경력이나 결혼 이력 증명서를 떼어 오라고 해도 괜찮겠느냐"고 되물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제안 방식이 문제였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같이 가자고 하면 덜한데 내가 받고 왔으니 너도 하라는 식이면 상대에게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쁠 수 있다"고 했다.
"지인 중에는 관계 전 검사 문제로 이별한 경우도 있다. 남자들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검사 자체보다 방법을 바꿔 보라는 현실적 조언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그냥 혼전·산전 검사를 함께 받자고 해 보라"며 "여러 균이 한 번에 나오고 임신을 준비할 때만 받는 게 아니라 일찍 받아도 된다"고 권했다.
글쓴이가 "산부인과에 같이 가면 민망할까 봐 따로 하려 했다"고 하자 "그 생각이 오히려 오해를 키운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답이 없는 문제", "둘 다 정상"이라며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건강검진은 해외에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제도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매독이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자 토머스 패런 당시 공중보건국장의 주도로 결혼 전 혈액 검사를 의무화하는 주가 급격히 늘었다. 1954년에는 8개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가 혼전 혈액 검사를 요구했다. 주로 매독을 겨냥한 검사였고, 풍진 검사가 더해지기도 했다.
다만 검사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도는 하나둘 폐지됐다. 전국적으로 80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확인한 감염 사례는 456건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페니실린이 매독 치료제로 자리 잡으면서 굳이 결혼 신고 단계에서 걸러낼 이유가 줄어든 점도 배경이 됐다. 1980년대에 19개 주, 1990년대에 7개 주가 관련 법을 없앴고, 미시시피주가 2012년, 마지막까지 풍진 검사를 유지하던 몬태나주가 2019년 이를 폐지하면서 미국에서 혼전 검사 의무는 사실상 사라졌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프랑스는 1942년 도입한 혼전 의료 증명서 제도를 통해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성병·임신·피임 관련 상담과 검사를 받도록 했으나 혼전 동거와 혼외 출산이 늘면서 실효성이 줄자 2008년 1월 이 제도를 폐지했다.
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혼전 검사가 여전히 의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4년부터 유전·감염 질환 검사를 제도화했고, 오만은 2026년 1월부터 결혼하려는 모든 국민에게 지중해빈혈·겸형적혈구빈혈 등 유전성 혈액 질환과 B·C형 간염, 에이즈(HIV) 검사를 의무화했다. 친족 간 결혼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유전 질환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에서 결혼 전 성병 검사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 다만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거나 피임을 중단하기 전에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발적 검사는 성 건강 관리의 한 과정으로 폭넓게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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