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초복을 맞았다.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자, 전국의 삼계탕집 앞에 삼삼오오 손님이 몰리는 시기다. 올해 중복은 7월 25일 토요일, 말복은 8월 14일 금요일이다. 특히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로 벌어지는 '월복(越伏)'에 해당한다.
AI툴을 활용해 생성된 자료사진.
'계삼탕'이 '삼계탕'이 된 사연
복날은 초복, 중복, 말복을 통들어 이르는 말로 양력으로 고정된 기념일이 아니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 이후 첫 번째 경일로 정한다. 경일은 천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가운데 '경'이 들어가는 날로, 열흘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초복과 중복이 늘 10일 간격인 이유다. 다만 말복만은 기준점이 하지가 아니라 입추이기 때문에, 입추 뒤 첫 경일이 늦게 오는 해에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가량 벌어진다. 올해가 바로 그런 해다.
삼복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꼽힌다.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가 큰 여름에는 몸 밖이 덥고 안이 차가워지면서 위장 기능이 약해지고, 그 결과 기력을 잃고 병을 얻기 쉽다는 것이 전통적인 인식이다. 닭과 인삼은 모두 열을 내는 음식이어서 따뜻한 기운을 내장 안으로 불어넣고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킨다고 봤다. 뜨거운 것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논리가 복날 밥상에 오른 배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이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삼계탕은 본래 '계삼탕'이었다.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었기 때문에 닭이 앞에 왔다. 그러다 닭보다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순서가 뒤집혀 지금의 '삼계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료의 몸값이 음식 이름까지 바꾼 셈이다.
사육한 닭에 대한 기록은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작 삼계탕에 대한 기록은 조선 시대 문헌에서조차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시대의 닭 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야 부유한 집을 중심으로 닭백숙이나 닭국에 가루 형태의 인삼을 넣는 방식이 등장했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대중화는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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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과 닭백숙, 뭐가 다른가 보니
간혹 길거리를 가다 삼계탕집이나 닭백숙 간판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닭백숙과 삼계탕은 뭐가 다를까?'하고 말이다. 막상 답하려면 말문이 막히는 종류의 궁금증이다. 일각에서는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다고 말하기도 하고, 요리를 내오는 그릇이 다르다는 기발한 생각을 전하기도 한다.
조리법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닭'이다. 백숙에는 고기용 닭인 육계나 2kg 정도의 토종닭을 쓴다. 반면 삼계탕용은 28일∼30일가량 키운 800g 안팎의 어린 영계를 사용한다. 한 마리를 통째로 뚝배기에 담아 1인분으로 내는 삼계탕의 형식 자체가 작은 닭을 전제로 성립한다. 큰 닭은 뚝배기에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오래 삶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 어렵다.
2019년 4월 방영한 '수요미식회' 자료사진. / 유튜브 'tvN Joy'
즉, 삼계탕과 닭백숙을 가르는 것은 인삼 등 재료의 유무라기보다 닭의 나이와 크기, 그리고 그에 따라오는 형식의 차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백숙에도 황기·대추·마늘 같은 재료가 두루 들어가고 인삼을 넣는 집도 있다.
삼계탕을 둘러싼 오해는 또 있다. '대추는 삼계탕 재료의 독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몸에 좋은 것들이므로 굳이 대추를 피할 이유가 없다.
체질도 따져볼 대목이다. 닭과 인삼은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품이다. 농촌진흥청은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라면 인삼 대신 황기를 넣거나 차가운 성질의 녹두를 더해 몸속의 열을 다스리는 편이 낫다고 권장했다. 여성의 경우 수족냉증·생리불순·빈혈·변비에 효과가 있는 당귀를 넣을 수 있다.
삼계탕만이 답은 아니다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앞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올해 복날 밥상의 핵심 변수는 가격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지역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 8154원으로, 1년 전 1만 7654원보다 2.8% 올랐다. 최근 유명 전문점 중에는 이미 한 그릇 2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간편식 삼계탕 제품으로 복날 끼니를 대체하거나 치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도 엿보이고 있다.
삼계탕만이 아니라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장어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A 함량이 높다. 추어탕은 칼슘과 양질의 단백질, 라이신·타우린이 풍부한 대표적인 강장 식품이다. 전복이나 낙지는 타우린이 풍부하면서 지방이 적다. 닭고기와 면을 함께 먹는 초계국수, 닭곰탕 등도 삼계탕의 부담을 덜어낸 대안이 된다.
정해진 정답은 없다. 수분과 에너지, 단백질을 자신의 활동량과 소화 상태에 맞게 채울 수 있느냐가 좋은 보양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물·그늘·휴식' 잊지 말아야
AI툴로 생성된 자료사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이후 이달 12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741명, 추정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55명·9명)보다는 적지만 11∼12일 주말 이틀 동안에만 온열질환자가 203명이 발생했다.
이럴 때일수록 '물과 그늘, 휴식'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물은 목이 마르기 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갈증을 느낀 시점에는 이미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간 뒤다.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편이 낫다. 다만 신장질환 등으로 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의한 양을 지켜야 한다. 커피나 술은 오히려 수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외부 활동 시 주의가 필요하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다. 이 시간대에는 되도록 실외 활동을 줄이고 부득이하게 나가야 한다면 챙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집이나 일터 근처 무더위 쉼터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온열질환자의 상당수가 야외 작업이나 농사일 도중 발생한다.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버티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더운 곳에서 일한다면 짧게라도 자주 쉬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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