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파산 위기로 사모펀드 규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동계에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뒤 '자본 약탈' 행위에 규제를 가하고, 피인수기업 파산 시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 민주노동연구원은 15일 'MBK 홈플러스 파산 사태 이후 사모펀드 규제 방향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작성자인 이한진 연구위원은 먼저 홈플러스 사태에서 드러나듯 "사모펀드는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기업 경영 과정에서 ‘자산 매각·고강도 인력감축·추가 대출을 통한 특별 배당’ 등 다양한 방식의 자산 빼돌리기 기법을 활용해 기업을 약탈"한다고 짚었다.
이어 "피인수기업은 성장은커녕 막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직면하는 등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며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차입인수 기업의 10년간 파산율은 20%로 일반 기업 파산율 2%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차입인수는 피인수 기업의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M&A 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가 들이는 돈은 최소화된다.
MBK 역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 2000억 원의 구매대금 중 4조 원을 빌려서 마련했다. 이후 알짜 점포로 여겨지던 매장 10여 곳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해, 홈플러스가 이를 임차해 사용하게 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한국의 사모펀드 규제 논의는 "생색내기용 간단한 조치들로 한정되고 있다"며 "입법화가 필요한 규제 수단 일부는 아예 폐기됐고, 일부는 규제 강도가 약화돼 실효성을 상실했다. 심지어 해당 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련 사례로 △기업 인수 시 차입 한도를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축소하려던 방안이 '200% 초과 시 금융위원회 사후보고 의무 부과'로 바뀐 점 △피인수기업의 자산 유출 행위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조항이 누락된 점 △노동자 보호 방안이 '근로자 대표에게 고용영향 통지' 수준으로 후퇴한 점 등을 들었다.
해외 규제 상황은 달랐다. 이 연구위원은 "유럽연합은 2014년 '대체투자 펀드매니저 지침'을 도입해 사모펀드에 공모펀드 수준의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인수 후 24개월 간 배당·유상감자·자사주·매입 등 자본유출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향후 제도개혁 방안으로는△차입인수 방식 기업 인수 금지 △피인수기업 파산 시 사모펀드 운용사와 그 임원에 대한 법적 책임 명문화 △공공성이 큰 규제산업, 국가 기간산업 사모펀드 진입 제한 △자산 약탈 행위 금지 및 노동자 고용안정 방안 구체적 법제화 등을 주장했다.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 3부가 지난 3일 결정한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의 즉시항고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해당 기간 홈플러스가 2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마련하면 법원은 절차 재개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긴급자금 대출을 두고 홈플러스 제1채권자인 메리츠그룹과 소유주인 MBK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메리츠그룹은 김병주 회장 등 MBK 경영진이 보증을 서야 2000억 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1000억 원에 대해서만 보증을 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MBK와 메리츠그룹, 정부에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MBK 본사 항의방문, 청와대 앞 집회, 광화문 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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