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의사실 공개, 수사기관 훈령 아닌 법률로 규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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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피의사실 공개, 수사기관 훈령 아닌 법률로 규율해야"

이데일리 2026-07-15 12: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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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피의사실 등 형사사건 관련 정보 공개를 수사기관별 훈령이 아닌 법률로 통일해 규율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15일 인권위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지난달 4일 ‘형사사건 관계인의 피의사실 등 공개 관련 제도개선 권고의 건’을 의결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피의사실 등 정보 공개의 원칙과 예외, 공개 범위와 절차, 공개 대상자의 의견진술권 및 이의제기권 등을 규정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검찰·경찰·해양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모든 수사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형법 제126조는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개 여부와 범위는 검찰·경찰·해경·공수처가 각각 운영하는 공보 규정에 따라 달리 결정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별사법경찰관리에게는 통일된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권위는 이처럼 국민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법률이 아닌 행정규칙에 의해 사실상 결정되는 것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비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찰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검거한 40명 가운데 39명을 불송치했고, 1명은 군부대로 이송했다. 검찰도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접수된 410건 중 처리한 307건에서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사례도 없었다.

인권위는 “수사 단계에서 공개된 정보는 공개 대상자를 사실상 범죄인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어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무죄추정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제정 전까지의 과도기적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요청’,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우려’ 등 추상적인 예외 공개 사유 삭제 검토 △법률·인권·언론 분야 민간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독립적 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 의무화 △공개 대상자의 사전 의견진술권과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

또 연예인 등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을 공개하거나 공개 소환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수사 일정과 장소 공개 등을 통해 사실상 신원이 드러나는 일이 없도록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에게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게도 적용되는 통일된 공개 기준과 절차를 담은 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국회에는 양부남·박균택·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피의사실 공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피의사실 공개의 원칙과 예외, 절차 등을 법률로 규정하자는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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