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K-전통은 팔릴 수 있는가… 옛것의 산업화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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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K-전통은 팔릴 수 있는가… 옛것의 산업화 전환

뉴스컬처 2026-07-15 11:4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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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 가게에 한복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규빈 기자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한복 가게에 한복이 전시돼 있다. 사진=김규빈 기자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고유문화를 다루는 창업 업체들이 본격적인 상업 시장 진입을 타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026 오늘전통창업 상반기 유통·투자상담회-가치 잇는 상담회'를 개최했다. 한복, 공예, 고유 식문화, 문화콘텐츠를 취급하는 65개 신생 브랜드와 국내 주요 유통 엠디(MD), 투자기관 관계자 3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장에서는 총 145건의 협의가 성사됐으며 약 18억 원 규모의 굵직한 논의가 오갔다. 보존에 치중하던 분야가 냉혹한 상업의 언어를 체득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시장 논리 마주한 옛것의 산업화

'오늘전통창업'은 부처와 기관이 주도해 문화 분야 신생 업체의 사업화와 상업 시장 진입을 조력하는 육성 프로젝트다. 창업 단계별로 보육, 유통망 개척, 자금 조달 연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 옛 문화를 소규모 공방의 취미 활동에 국한하지 않고, 영속 가능한 수익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구조다. 의미 있는 성과가 여럿 도출됐다. 의례복 위주였던 한복은 일상복, 무대 의상, 관광 체험 용품으로 쓰임새를 대폭 넓혔다. 공예품은 장식용을 제치고 테이블웨어와 프리미엄 선물 시장으로 진입했다. 고유 식문화는 체험 키트 제작이나 외식업계 협업으로 다각화를 모색했다. 콘텐츠는 캐릭터와 교육 서비스 영역까지 발을 뻗는다. 자유로운 대화 공간인 '가치 탐색 라운지'와 사전 수요조사를 적용한 '가치 매칭 테이블'은 참여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직접 만져보아야 진가를 아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제품 전시 코너를 병행한 점이 주효했다.

경복궁 K-Heritage마켓 - 곤룡포 입은 외국인 관람객, 옹기 앞에서 활짝2026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경복궁 K-Heritage 마켓 ‘국가무형유산 옹기장’ 부스에서 곤룡포를 차려입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전승자의 설명을 들으며 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K-Heritage 마켓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전통 공예품과 조선 왕실 진상품을 만나는 ‘전승자존’, ‘K-Heritage’를 주제로 한 ‘문화상품존’, 국가유산 사업을 알리는 ‘홍보존’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경복궁 K-Heritage마켓 - 곤룡포 입은 외국인 관람객, 옹기 앞에서 활짝2026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리고 있는 경복궁 K-Heritage 마켓 ‘국가무형유산 옹기장’ 부스에서 곤룡포를 차려입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전승자의 설명을 들으며 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K-Heritage 마켓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자의 전통 공예품과 조선 왕실 진상품을 만나는 ‘전승자존’, ‘K-Heritage’를 주제로 한 ‘문화상품존’, 국가유산 사업을 알리는 ‘홍보존’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감성 앞세운 기획, 숫자를 묻는 상거래

옛것을 재해석한 상품의 강력한 무기는 고유의 정체성이다. 고유의 지역성과 수작업의 손맛, 세대의 얽힌 사연이 물건에 오롯이 담긴다. 획일화된 공산품 대신 개인의 취향과 의미를 대변하는 물건을 선호하는 트렌드 확산은 신생 업체들에게 대단히 유리한 환경이다. 케이(K)-컬처의 세계적 득세도 든든한 뒷배다. 냉정한 상거래는 감성적인 이야기로만 작동하기 어렵다. 물건을 떼어다 유통하는 엠디는 납품 기한, 단가, 재고 관리, 포장 상태, 재구매율을 엄격하게 따진다. 자본을 투입하는 투자자는 기업의 매출 곡선, 수익 모델, 지식재산권, 확장 가능성을 치밀하게 검증한다. 예전 방식이 짙을수록 수작업 비율이 높아 생산량 확대에 제동이 걸리며, 원가 부담과 품질 편차 관리가 까다롭다.

창업자와 투자자 간 언어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가치가 풍부하다"는 제작자의 주장에 유통사는 "시장에서 통할 물건인가"를 반문한다. 제작자가 고립된 예술성을 버리고 가격 및 채널 전략, 반복 생산 체계를 점검하는 객관적 진단의 공간이 본 상담회다. 김경배 공진원 원장이 강조한 '쓰임이 있는 전통'과 '일상 속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방향성 역시 대중의 실생활에 침투해야 살아남는다는 현실적 감각을 찌른 통찰이다. 박물관 진열장이나 행사성 홍보물 수준에 머문다면 성장은 요원하다.

전통문화 창업기업 관계자와 유통 MD가 상담 테이블에서 브랜드와 상품 전략을 논의 중이다. 상담회에서는 총 145건의 유통·투자 상담과 약 18억 원 규모의 논의가 진행됐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통문화 창업기업 관계자와 유통 MD가 상담 테이블에서 브랜드와 상품 전략을 논의 중이다. 상담회에서는 총 145건의 유통·투자 상담과 약 18억 원 규모의 논의가 진행됐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환율 높일 후속 멘토링 관건

65개 업체의 145건 협의와 18억 원대 논의는 무척 고무적인 수치다. 입점 검토와 투자 후속 미팅, 구체적인 상품 제안이 쏟아졌다. 신생 업체가 대규모 시장 관계자들을 일제히 대면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수치적 성과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18억 원은 확정된 계약액 대신 상호 논의된 목표치다. 실제 매장 입점과 자금 집행, 꾸준한 재발주로 맺어질지 여부가 핵심이다. 대량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면 브랜드 신뢰는 치명상을 입는다. 각종 수수료와 물류비를 정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이익 창출에 실패하는 모순에 빠진다. 부처와 진흥원의 역할은 행사 폐막 이후 본격화된다. 단발성 만남을 제치고, 실질적인 입점 협상, 단가 조정, 패키지 개선, 아이알(IR) 자료 보완, 생산 설비 파트너 연계 등 밀착된 후속 관리가 절실하다.

영속 가능한 창업의 미래는 일회성 소모를 억제하고 반복적인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 달렸다. 명절 선물이나 관광객 기념품 수요에만 의존하면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린다. 일상적 유용성과 합리적인 가격 설계가 병행되어야 튼튼한 뿌리를 내린다. 한복 업체는 기성복, 기업 단체복, 웨딩, 반려동물 의류 등으로 적용 범위를 과감히 쪼개야 한다. 공예 브랜드는 실제 식탁이나 거실, 호텔 공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콘텐츠 분야는 설화나 문양 차용 수준의 얄팍한 기획을 경계하고, 철저한 고증과 현대적 감각의 균형점을 찾아야 생명력을 얻는다. 가치를 인정받고 실생활에서 끊임없이 활용될 때, 옛 문화는 낡은 보존 대상을 제치고 찬란한 생활 브랜드로 거듭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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