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건축은 직선을 철저히 배제하고 곡선을 지향했다. 기둥은 나무를 묘사했다. 천장은 숲 가지를 형상화했다.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하며 다채로운 색채를 획득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잉태된 독창적 조형 언어가 8월 서울 강남에 상륙한다. 가우디 서거 100주기 기념전 ‘가우디: 서울에서 다시 태어나다’가 8월 서울 강남구 신사하우스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스페인 가우디재단과 가우디서울이 공동 주최를 맡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예수 그리스도의 탑’ 완공을 기념하는 의미도 내포한다. 국내 최초 가우디재단 공식 전람이다.
◇전시 '근원으로의 회귀'… 7개 몰입 테마
가우디재단 월드 투어는 2030년까지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한다. 일본 도쿄, 오사카 전람은 누적 관람객 33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 기획은 원형 콘텐츠를 유지하며 신사하우스 장소성과 국내 관람자 특화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전시 핵심은 ‘근원으로의 회귀’다. 완성작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관습적 방식을 타파했다. 건축가가 자연에서 발견한 원리, 구조적 해석, 종교적 상징과 색채 활용 방식을 촘촘하게 추적한다. 관람자는 가우디 노트, 도면, 원본 타일 모델, 유물 등 재단 소장 원본 30점과 공인 레플리카 42점을 확인한다. 실물 자료, 복원 콘텐츠, 디지털 기술이 단일 동선 안에서 융합된다. 건축물을 사진으로 소비하는 차원을 탈피해 사고 층위를 탐구하도록 구성했다.
전람은 건축, 자연, 구조, 상징을 다루는 7개 몰입 테마를 구축했다. 구역마다 차별화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우디 곡선, 식물 형태, 역학 원리, 종교적 이미지, 장식 색채가 층층이 겹친다. 대형 미디어아트는 가우디 건축 내부에 진입한 듯한 착각을 유발한다. 빛은 벽을 타고 흐르고 곡면은 영상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친다. AI 인터랙티브 체험은 관람객이 가우디 조형 원리를 각자 방식으로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화려한 영상 소비에 매몰될 위험을 차단하고자 실물 자료와 연구 기반 복원을 최우선으로 부각했다. 곡선 이면에 숨겨진 구조 논리와 치밀한 자연 관찰 결과를 명확히 드러낸다.
◇40년 연구 집대성한 3D 입체 복원
가장 돋보이는 구역은 미완성 프로젝트 3D 복원이다. ‘호텔 어트랙션’, ‘탕헤르 타워’, ‘콜로니아 구엘’ 입체 복원 결과물이 세계 최초로 대중 앞에 선다. 호텔 어트랙션은 가우디가 구상한 거대 수직 도시 상상력을 방증한다. 탕헤르 타워는 미실현 기념비적 설계를 구체화한다. 콜로니아 구엘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조 실험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다. 복원 작업은 가우디재단 연구팀이 40여 년간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동원했다. 전 세계 건축가, 연구자 협업이 완성도를 높였다. 도면 빈칸, 모호한 기록, 미실현 구조를 현대 기술로 직조하는 과정은 복원과 해석 사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관람자는 완성작 이전에 날뛰는 날것의 상상력과 직면한다.
공간 연출은 정림건축 jpa.(Junglim Planning Advisory)가 책임졌다. 관람 동선과 공간 경험을 완전히 새롭게 짰다. 해외 순회 전시물을 수동적으로 이식하는 관행을 끊어내고 서울 맞춤형 구역을 신설했다. ‘리본 스페이스’는 관람객이 직접 해석하고 완성하는 체험 공간이다. ‘까예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거리 감각을 재현한다. ‘루프탑 테라스’는 전시장 외부 공기마저 관람 경험으로 편입한다. 신사하우스 특유의 공간성은 바르셀로나 건축 이미지를 강남 한복판 도시 감각과 충돌시킨다. 가우디 건축은 장소성과 강력하게 밀착해 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는 바르셀로나 빛과 지형, 신앙, 생활 리듬의 집약체다. 서울전 성패 역시 철저히 장소성에 달렸다. 전람 기획이 가우디 근원을 차용해 어떤 현대적 감각을 조형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목소리와 뇌과학의 결합… 해부의 시간
서울 특화 콘텐츠는 배우 류승룡 오디오 도슨트를 포함한다. 관람 동선을 따라 가우디 철학과 작품 세계를 안내한다. 난해한 전문 용어가 범람하는 건축 전시 특성을 고려해 구조와 상징을 대중적 눈높이로 번역한다. 장동선 뇌과학 박사는 특별 프로그램 ‘Art&Brain Salon’에 나선다. 인간이 가우디 건축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원인을 뇌과학 측면에서 묻는다. 곡선이 뇌에 부여하는 안정감과 긴장, 빛과 색채가 감각 체계에 작동하는 원리를 해부한다. 건축을 종교 미술이나 건축사 틀 안에 가두지 않고 감각 과학으로 접근하는 파격적 시도다. 곡선의 심리, 인간 반응 체계, 빛의 정서적 영향을 망라한다. 관람자는 건축을 감상하는 행위가 시각을 초월한 전신 반응임을 체득한다.
가우디재단은 가우디를 건축 양식 창시자를 배제하고 진실과 아름다움을 좇은 예술가로 규정한다. ‘Back to the Origins’는 장식 근원을 자연에서, 구조 근원을 생명체 질서에서, 아름다움 근원을 인간 감각과 신앙에서 찾는 심오한 해석이다. 가우디는 자연 모방을 단호히 거부했다. 식물 성장, 뼈 구조, 중력 방향, 빛의 이동 경로를 철저히 해부했다. 장식은 표면을 덮는 부산물을 탈피해 구조와 감각을 결속하는 고유 언어였다. 서울전은 건축가의 철학을 국내 관람객에게 직관적으로 제시한다. 원본 자료는 숨결을 전하고 3D 복원은 미완의 상상을 입체화한다. 미디어아트와 AI 체험은 현대적 언어로 가우디를 다시 독해하게 이끈다. 과거 천재를 무비판적으로 추앙하는 낡은 관행을 지웠다. 자연과 기술, 신앙과 감각, 설계와 상상력이 거장의 세계 안에서 어떻게 조우했는지 해부하는 냉철한 시간이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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