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피크아웃 아니다”…가격 상승률 둔화에도 ‘장기 이익’에 베팅하는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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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피크아웃 아니다”…가격 상승률 둔화에도 ‘장기 이익’에 베팅하는 증권가

뉴스로드 2026-07-15 06:40:00 신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뉴스로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률 둔화로 촉발된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 속에서도 증권가는 업황 둔화론에 선을 긋고 있다. 단기 가격 모멘텀은 약해졌지만, 공급 부족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장기 공급 계약(LTA)을 기반으로 한 이익의 ‘지속 기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34% 올랐고, SK하이닉스는 3.69% 상승 마감했다. 전날 삼성전자(-10.70%), SK하이닉스(-15.37%)가 ‘패닉 셀’ 속에 폭락한 직후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급반등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전일 낙폭은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최근 급락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재개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변동성은 금융 위기 당시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확대했다”며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 미국과 이란의 갈등 재점화, 국내 수급 교란, 미국 금리 상승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 우상향을 이끌어온 개인 투자자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며 “순매수 규모는 유지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던 신용·예탁금이라는 자금의 기초 체력은 이미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코스피 상승을 견인해온 반도체주 랠리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투매’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의미다.

실제 메모리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급등하며 반도체주가 강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통계에서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이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D램 수출 단가(㎏당)는 전월 대비 약 1.7% 하락했다. 이를 두고 “가격 피크가 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증권가는 가격 상승률 둔화 자체를 업황 정점 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긋는다. 이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이익률 개선 효과보다 수요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1년 사이 5배 상승해 공급사의 매출 총이익률이 범용 D램 기준 이미 90%를 넘어섰다”며 “이 수준에서 추가 가격 인상은 이익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고객의 가격 저항을 높여 단기 수요를 위축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가격 상승률 둔화가 곧 피크아웃의 전조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는 피크아웃의 신호였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재고가 누적되기 시작하면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이는 결국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급 부족은 2027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수요 강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재고 누적은 논할 단계조차 아니다”라며 “이런 환경에서 가격 상승률의 둔화만으로 가격 급락이라는 과거 사이클의 문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I 서버용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공급 제약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과거와는 다른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LTA를 축으로 한 장기 계약 구조다. 채 연구원은 “스팟 가격은 제한적 공급 여건을 반영해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계약 가격은 LTA를 기반으로 스팟 가격 대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이는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LTA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하려는 공급사의 가격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HBM 확대로 인한 구조적 공급 제약과 LTA를 통한 장기 계약 구조는 메모리 산업의 높은 이익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한적 공급이라는 업황의 핵심 변수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도 공급 부족이 ‘끝없는 호재’만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공급 부족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 역시 판매할 수 있는 물량과 고객의 시스템 구축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체의 실적 성장률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요 빅테크 기업이 LTA 체결을 통해 가격과 물량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단계에서 AI 투자 계획이 하향될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LTA를 통한 수요 예측력 증가, 이에 따른 증설 실수 비용의 하락, 낮은 진폭과 긴 주기로의 사이클 변화는 AI 시대 메모리 재평가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LTA의 성격을 ‘보험’에 비유했다. 그는 “예측 가능한 이익은 호황기에는 메모리 기업이, 불황기에는 하이퍼 스케일러 고객사가 서로 양보해야 성립한다”며 “불황기의 보험 효과를 누리려면 호황기의 보험료를 미리 지불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LTA는 미래 D램 가격과 출하량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이익을 통해 주가 리레이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기 변동성 속에서도 반도체주의 중장기 재평가를 뒷받침할 이벤트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CF(잉여 현금 흐름) 기반 주주 환원을 준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양한 환원책을 공개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SK하이닉스는 특별 배당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SK하이닉스와 SK그룹이 밝힌 바와 같이 올해 하반기부터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미국 빅테크 및 프론티어 모델 업체와의 파트너십 가시화가 임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합작법인(JV) 및 지분 투자뿐 아니라 사용 확약(AIDC 테넌트 입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격 상승률 둔화라는 단기 지표에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사이, 증권가는 ‘얼마나 더 비싸게 파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많이 파느냐’에 초점을 맞추며 메모리 업종의 새로운 사이클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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