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치솟으며 하반기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PC·노트북 등 완제품을 비롯해 수리·애프터서비스(A/S) 비용까지 오르면서 이른바 '메모리 쇼크'가 IT 기기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 기준 메모리 비용 비중이 2025년 1분기 약 14%에서 최근 약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비용은 약 63달러에서 291달러로 4배 이상 뛰었다. 기존엔 디스플레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의 원가 비중이 높았다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가 가장 큰 비용 항목으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메모리 비용에 큰 영향을 받는다. AI 기능 확대를 위해 대용량 D램과 저장장치 탑재가 필수일 뿐더러 최신 AP와 고해상도 카메라까지 적용되면서 원가 상승분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올해 하반기 삼성과 애플이 새롭게 출시하는 폴더블폰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힌지, 고용량 메모리까지 탑재해 메모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제품군으로 꼽힌다.
애플도 원가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반기 출시될 애플의 최상위 모델 '아이폰18 프로맥스'의 부품원가(BOM)가 전작보다 최대 300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2나노 공정 기반 AP, 차세대 패키징 기술 적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애플은 고용량 저장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가격 차등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가격 조정에 나섰다.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보다 9만9000원 올리며 2023년부터 이어온 가격 동결 기조를 멈췄다. 최근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Z 폴드·플립7의 512GB 모델 가격도 각각 9만46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도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갤럭시Z폴드8의 경우 시장 확대를 고려해 기본 모델의 가격은 최대한 유지하는 반면, 울트라와 고용량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IT 전문 매체 윈퓨처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규 폴더블폰 유럽 출고가가 전작 대비 최소 100유로(약 17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유 가격이 제조업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메모리가 IT 제품의 새로운 원가 변수로 떠올랐다"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판매가격 조정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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