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과물에 만족하는 순간 조용한 항복"…피그마 CPO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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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과물에 만족하는 순간 조용한 항복"…피그마 CPO의 경고

이데일리 2026-07-14 17:10: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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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앱과 콘텐츠 제작 문턱을 낮추면서 누구나 빠르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이용자가 실제로 자주 사용하고 선호하는 제품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만족하고 받아들이면 스스로 판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최고제품책임자(CPO)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피그마 신기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최고제품책임자(CPO)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피그마 신기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유키 야마시타 피그마 최고제품책임자(CPO)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게 된다”며 “이를 ‘조용한 항복(quiet surrender)’‘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앱스토어에 새로 등장하는 앱은 급증했지만 이용자가 자주 쓰고 사랑하는 앱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자신이 만든 최고의 결과처럼 보여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평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로 제품 제작 속도는 빨라졌지만 기존 제품보다 나을 것 없는 평균적인 결과물도 함께 늘었다는 얘기다.

야마시타 CPO는 “앱은 많아졌지만 차별화는 줄어들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AI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의 판단과 취향을 더해 예상하지 못한 경험과 완성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그마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등의 화면을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드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이다. 여러 직군이 같은 파일에서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최근에는 코드와 생성형 AI까지 결합한 제품 개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AI가 허문 직군 경계…“할 수 있다와 잘한다는 다르다”

AI 확산으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역할 경계도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피그마 2026 AI 보고서에 따르면 디자인 업무에 참여하는 개발자 비율은 2025년 44%에서 올해 60%로 높아졌다. 개발 업무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도 같은 기간 21%에서 4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 제품 개발자들의 AI 체감도도 높았다. 한국 제품 개발자의 76%는 최근 1년간 AI가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답해 미국의 64%를 웃돌았다.

피그마 협력사로 이날 참여한 우상훈 네이버(NAVER(035420)) 콘텐츠 생산도구 랩 책임리더는 “AI로 다른 직군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며 “평균적인 결과물이 쉽게 나오는 시대일수록 확고한 취향과 좋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개인별 AI 활용법과 프롬프트를 팀 단위로 표준화해 조직 전체의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마시타 CPO는 이날 피그마의 연례 콘퍼런스 ’Config 2026‘에서 공개한 신기능과 AI 시대 제품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AI가 만든 ’새로운 평균‘을 넘어서기 위한 해법으로 디자인과 코드, 모션, 생성형 AI를 하나의 캔버스에서 연결하는 전략을 내놨다.

대표적인 신기능인 ’코드 레이어(Code Layers)‘는 실제 작동하는 코드를 디자인 파일의 하나의 레이어처럼 불러와 팀원들이 함께 복제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코드로 구현된 결과물을 다시 편집 가능한 디자인으로 바꾸고, 수정한 디자인을 코드에 반영하는 양방향 작업도 지원한다. 야마시타 CPO는 “코드는 디자인과 대립하는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재료”라며 “개발자를 대체하기보다 원하는 결과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피그마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모션‘, 문장으로 시각 효과를 만드는 ’셰이더‘, 여러 이미지·영상 생성 AI를 연결하는 ’위브‘도 소개했다.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쓰는 대신 사람이 직접 수정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우 리더는 네이버가 위브를 활용해 이용자의 장소 저장·예약·방문·리뷰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내부 시제품을 제작했다며 “소규모 인력으로도 예상보다 빠르게 콘셉트와 서비스 과정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그마 '위브(Weave)'를 활용해 네이버 이용자의 장소 저장·예약·방문·리뷰 데이터 등을 새로운 시각적 경험으로 표현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피그마 '위브(Weave)'를 활용해 네이버 이용자의 장소 저장·예약·방문·리뷰 데이터 등을 새로운 시각적 경험으로 표현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개인은 빨라졌지만 팀은 고립”…’멀티플레이어 AI‘ 피그마

야마시타 CPO는 AI가 개인의 작업 속도는 높였지만 구성원들이 각자의 에이전트와 대화하면서 결과물이 공유되지 않는 새로운 ’사일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내 에이전트뿐 아니라 동료의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는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사람과 AI가 같은 캔버스에서 서로의 작업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멀티플레이어 AI‘를 강조했다. 기존 코딩 도구가 개인이 코드를 작성한 뒤 결과물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면 피그마는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초기 단계부터 여러 사람이 실시간으로 협업하도록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의 AX(AI 전환) 의지도 높게 평가했다. 야마시타 CPO는 “과거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의 디자인과 제품 개발 성숙도가 미국보다 3∼4년 뒤처졌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한국 기업은 추격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업무 방식을 AI 네이티브로 전환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AI 비용 관리에는 사람의 직접 편집과 조직 내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야마시타 CPO는 “AI에 계속 더 좋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수정하는 것이 빠르고 저렴할 때가 있다”며 반복 작업의 결과와 연결 관계를 조직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대체할 것이라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 전망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에이전트의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사람이 과정을 이해하고 검토할 시각적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며 “SaaS의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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