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 유죄→대표만 정식재판받아 무죄…회사 재심청구는 기각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와 대표가 약식명령을 받은 뒤 대표가 정식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는데도 회사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 결정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됐다.
헌재는 14일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금속조립 구조재 제조업체 A사가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A사(법인)와 대표이사 B씨는 2017년 10월 폐기물처리시설인 용해로를 신고 없이 설치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2022년 12월 창원지법에서 각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사는 폐기물관리법상 양벌규정이 적용됐다.
양벌규정이란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 등이 위법행위를 하면 행위자뿐 아니라 그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조항이다.
이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B씨와 달리 A사는 정식재판 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정식재판을 받은 B씨는 1심에서는 벌금 150만원의 형이 유지됐으나, 2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혔다.
B씨가 무죄를 확정받자 A사는 약식명령에 관한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창원지법은 2025년 8월 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고, 항고심을 맡은 창원지법에 이어 대법원도 지난 3월 재항고를 기각하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A사는 대법원의 재항고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4월 재판소원을 냈다.
A사 측은 "약식명령을 받은 것은 B씨의 행위가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 따라 양벌규정이 적용된 결과"라며 "B씨가 무죄라면 회사도 당연히 무죄가 돼야 한다. B씨에 대한 무죄 확정판결이 내려져 재심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법원은 형사소송법 420조 4·5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재심청구를 기각했는데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의 평등권,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헌재 관계자는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라며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할 때 정의를 위해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예외적 수단"이라고 짚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 모두 걸쳐있는 양벌규정의 특수성에 따른 재심의 적용 범위,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 구현의 가치 사이의 형량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전원재판부의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헌재는 설명했다.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사건은 누적 1천463건이다.
이날까지 누적 13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고 1천109건은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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