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문 마사회 노조위원장 “정부는 주택만 보고, 우리는 산업과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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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문 마사회 노조위원장 “정부는 주택만 보고, 우리는 산업과 사람을 본다”

경기일보 2026-07-14 16:39:54 신고

3줄요약

정부의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및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은 단순한 이전 문제가 아니라 ‘말산업 생태계 보호’,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정부의 책임 있는 이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준비 없는 이전은 말산업을 무너뜨리고 지역경제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본지는 박근문 한국마사회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정부 계획의 문제점과 노조의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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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문 한국마사회 노조 위원장. 한국마사회 제공

 

Q. 경마공원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노조가 이전을 반대하는 핵심 배경과 정부 계획의 문제점은.

A. 정부의 무책임하고 졸속적인 이전 추진이 ‘말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하고, 결국 수많은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첫째, 경마공원 이전은 경마산업 전체를 파산으로 몰고 갈 것이다.

 

과천 부지 매각 대금만으로는 신규 부지 확보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여기에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건설비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위해 한국마사회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마사회는 지금도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

 

이전 이후도 문제다. 외곽 이전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결국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사회가 이러한 재정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지만, 정부는 이전 비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둘째, 산업이 무너지면 경마 노동자의 삶도 함께 무너진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에는 주택 공급 계획은 있지만, 경마산업을 어떻게 유지·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경마산업은 생산농가, 말관리사, 마주, 조교사, 기수, 협력업체 등 수많은 종사자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산업이다. 이전을 강행해 막대한 부채와 적자가 발생하면 경마산업이 붕괴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은 결국 모든 위험과 책임을 마사회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영천경마공원도 올해에야 개장할 정도로 경마공원 조성은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부지 조성부터 설계, 각종 인허가, 건설까지 모든 절차를 단 3년 안에 마치겠다는 비현실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현실성 없는 일정에 맞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절차를 생략하거나 서두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각종 법적·행정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은 정책을 결정한 정부가 아니라 실제 사업을 집행한 마사회 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지난 2월 박근문 노조 위원장과 노조 임원이 경마공원 이전반대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2월 박근문 노조 위원장과 노조 임원이 경마공원 이전반대 결의대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마사회 제공

 

Q. 노조는 정부와 관계기관에 가장 먼저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A.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정부가 노사 합의로 마련된 ‘기본안’의 전제조건을 존중하고, 이전을 위한 선결조건을 책임 있게 약속하는 것이다.

 

경마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업 환경을 만들고, 말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전적인 이전이 돼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노사는 함께 이전 추진의 기본 원칙과 반드시 갖춰져야 할 조건을 담은 기본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다.

 

기본안에는 이전 추진 과정의 독립성·공정성·적법성 확보, 정부 지원 방안의 선이행 및 확약, 핵심 경마장 내 마사회 본사 기능 유지, 경영 안정 보장 등을 이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전을 위한 선결조건으로는 ▲최적의 이전 부지 확보와 기반시설 구축 ▲이전 비용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 ▲세제 및 규제 개선 ▲말산업 발전 지원 ▲핵심 경마장 내 마사회 본사 존치 ▲직원과 산업 종사자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국가 정책으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면 이러한 최소한의 전제조건과 선결조건에 대해 먼저 책임 있게 약속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Q. 6월 30일 청와대 앞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집회의 의미와 정부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이번 차량집회는 과천 지역사회와 경마 노동자, 그리고 말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정부의 졸속 이전 추진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현재 노동조합은 충분한 검토나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속도만 앞세워 이전을 추진할 경우 경마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수많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집회를 통해 정부가 마사회만 일방적으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앞서 경마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기본안’에 대해 정부 차원의 책임 있고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월 경마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경마공원 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월 경마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경마공원 이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Q. 정부가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대정부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인지.

A. 정부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태도로 지금처럼 일방적인 졸속 이전을 강행하려 한다면 노동조합 역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의 투쟁 목표는 이전 찬반 자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경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경마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생계 기반을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대화와 책임 있는 약속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Q. 경마공원이 이전한다면 과천시와 과천 지역경제에는 어떤 파급효과가 있나.

A. 과천 경마공원을 이전하고 주택을 공급한다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심각한 교통 대란, 과천의 핵심 녹지축 훼손, 상하수도 인프라 부족, 인구 유입에 따른 과밀학급 심화 등으로 교육환경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시민들의 소중한 레저·축제·문화 공간마저 사라져 여가 생활의 질도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특히 과천시 재정의 큰 축을 담당하던 레저세 등이 사라지면서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마공원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해 온 음식점과 소상공인, 협력업체 등 지역 골목상권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마사회와 말산업 연관 분야가 만들어내던 일자리와 소비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과천 지역경제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Q.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마사회 직원들과 경마산업 종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A.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불안이다. 경마산업은 직원뿐 아니라 생산농가, 말관리사, 마주, 조교사, 기수, 협력업체 등 수많은 종사자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산업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이전을 강행해 막대한 부채와 적자가 발생하면 경마산업이 붕괴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정부가 답할 때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내겠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말산업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이전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말산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노동자들의 생계가 보장되는 이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노사가 함께 마련한 기본안을 존중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제시할 때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전달하겠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대화에 나선다면 언제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업과 노동자의 미래를 외면한 채 졸속으로 이전을 강행한다면 노동조합도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

 

경마공원 이전은 단순히 시설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말산업과 지역경제, 수많은 종사자의 삶이 걸린 국가적 과제다. 앞으로도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물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해 공감대를 넓히고, 말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대안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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