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주객전도된 고등교육 재정…시·도지사가 뽑는 ‘앵커’, 교육부가 정하는 '글로컬'
[3편] 생색은 정부가, 부담은 시·도가? '일률 단가' 5세 무상교육이 낳은 역효과
반면, 글로컬대학 사업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어 혁신을 꾀하는 대학을 교육부 장관이 직접 지정하여 5년간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전형적인 하향식 '중앙주도형' 사업이다. 2023년부터 지정을 시작해 2025년까지 총 27개교가 선정됐다. 사업의 목적과 주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교육부가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사업을 폐지하고 2025년도 예산부터 라이즈 체계로 전환하면서, 글로컬대학 예산을 라이즈 사업 내에 억지로 끼워 넣으며 발생했다. 2025회계연도 라이즈 사업 보조금 교부 조건에는 "해당 글로컬대학에게 교부받은 지원액을 전액 교부하여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신설됐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분배해야 할 광역지자체 보조금 1조 6396억 원 중 상당 부분이 중앙 정부가 지정한 특정 대학에 고스란히 이체되는 통로 역할로 전락한 셈이다.
교육부는 국회예산정책처의 결산 심사 과정에서 "글로컬대학은 특정 대학을 칭한다기보다는 혁신 모델을 의미하며, 라이즈 체계 내에서 지역과 대학 혁신을 선도하는 모델로서 성과를 창출할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시·도가 라이즈 기본계획에 글로컬대학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체계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 같은 해명은 불과 1년 만에 스스로 뒤집혔다. 2026년도 예산안에서 글로컬대학 중 거점국립대에 대한 예산을 다시 '국립대학육성사업'으로 분리 편성한 것이다. 2023, 2024회계연도처럼 시·도를 통하지 않고 한국연구재단(NRF)에 직접 출연하는 방식으로의 회귀다.
교육부는 예산처의 지적에 일부 수긍했다. 교육부는 결산 분석 답변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은 교육부가 직접 지정하고 성과관리를 하는 중앙주도형 사업이므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방식은 적합하지 않아 출연금으로 변경해 운영할 필요가 있어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사실상 예산처의 지적을 수용했다.
새로운 앵커 체제는 기존 라이즈가 가졌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지방대학 육성지원 계획의 수립 주체를 교육부 장관에서 시·도지사로 완전히 변경했다. 시도에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시도 경계를 넘는 사업을 위한 '초광역협업지원위원회' 구성 절차도 법제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5년 라이즈 체계에서 불거졌던 '묻지마 예산 배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환류 시스템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대학 및 시도가 추진하는 앵커 사업에 대한 '평가-결과 공개-예산 차등 배분'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명확히 규정했다.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글로컬대학 지원금(거점국립대)은 중앙 몫으로 분리해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정부 몫의 앵커 예산은 철저히 시도지사의 평가와 책임 아래 차등 배분되도록 선을 그은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 종료 후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대학과 지방정부·중앙정부가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는 협력체계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교육재정 관계자는 "이러한 법적 정비의 이면에는 예산 편성 방식이 불과 1년 만에 과거로 부분 회귀하는 등 섣부른 재정 설계의 민낯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예산처는 "결과적으로 2023년부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5회계연도만 전체 글로컬대학 사업 예산을 라이즈 사업 내에 포함했던 셈인데, 두 사업 간 구조적 차이를 간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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