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차량 운행을 줄인 가입자에게 자동차보험료를 돌려주겠다던 ‘차량 5부제 특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제도에 관심을 보인 소비자는 20만명을 넘었지만 실제 가입까지 이어진 비율은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에 대응해 에너지 절약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는 분명했다. 그러나 연간 보험료의 2%에 그친 할인 폭과 반복되는 가입 절차,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맞물리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부터 6월 24일까지 10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5부제 특약 가입 희망 신청은 총 20만559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용 자동차보험 계약 약 1878만건의 1.1%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가입으로 이어진 계약은 4만7522건에 그쳤다. 가입 희망 신청 대비 가입률은 23.1%로, 신청자 4명 가운데 3명가량이 정식 가입 단계에서 이탈했다. 전체 개인용 자동차보험 계약을 기준으로 하면 실제 가입률은 0.25%에 불과하다.
연 1만4000원 환급에 가입·운행 확인까지
차량 5부제 특약은 차량번호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으면 참여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할인율은 보험사와 관계없이 연간 보험료의 2%로 동일하게 적용됐다.
연간 자동차보험료로 70만원을 내는 가입자가 1년간 5부제를 준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환급액은 1만4000원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1167원이다. 보험료를 가입할 때 바로 낮춰주는 방식이 아니라 계약 만기 때 참여 기간을 계산해 돌려주는 사후 환급 방식이었다.
가입 절차도 간단하지 않았다. 보험사들은 정식 특약 출시 전 가입 희망 신청을 받은 뒤 약관과 전산 시스템이 마련되면 신청자에게 다시 정식 가입을 안내했다. 사전 신청서를 냈다고 특약 가입이 자동으로 완료되는 구조가 아니었던 셈이다.
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보험사들은 운행기록 앱이나 기존 주행거리 특약 정보, 커넥티드카 데이터 등을 활용해 가입자가 지정 요일에 차량을 운행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결국 소비자는 연간 보험료의 2%를 돌려받기 위해 별도의 가입 절차를 다시 거치고 운행기록도 관리해야 했다. 할인 금액과 비교해 참여 과정의 번거로움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평균적인 자동차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면 소비자가 실제로 돌려받는 금액이 크지 않았다”며 “차량 이용을 제한하면서 별도의 가입과 운행 확인 절차까지 거쳐야 했다는 점도 참여를 망설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스템 갖추자 공공부문 부제는 ‘해제’
정책의 짧은 준비·운영 기간도 실효성 논란을 키웠다. 당정은 지난 4월 차량 5부제 특약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손해보험사들은 약관을 마련하고 가입과 환급, 운행 여부 확인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정부는 7월 1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승용차 5부제를 해제했다. 국제 석유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주의’로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보험사들이 특약 운영 체계를 갖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부제 정책의 강도가 완화된 셈이다. 다만 공공부문 차량 부제가 해제됐다고 보험 특약이 곧바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특약 종료 시점은 약관과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별도로 정해진다.
보험업계에서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수요와 소비자 체감 혜택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약을 새로 만들려면 약관과 전산 체계, 고객 안내 절차까지 마련해야 하지만 실제 가입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짧은 기간 안에 상품과 시스템을 준비했지만 가입자는 예상보다 적었다”며 “차량 부제 해제 이후 특약 종료 시점과 기존 가입자에 대한 환급 방안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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