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연의 작가 스토리] 빈센트 반 고흐② ‘오베르의 레 베스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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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연의 작가 스토리] 빈센트 반 고흐② ‘오베르의 레 베스노 마을’

문화매거진 2026-07-14 14:18:58 신고

[강다연의 작가 스토리] 빈센트 반 고흐① ‘겐넵의 물레방아’에 이어 
 

▲ 오베르의 레 베스노 마을(Les Vessenots à Auvers), 1890,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오베르의 레 베스노 마을(Les Vessenots à Auvers), 1890,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문화매거진=강다연 작가] 지난 글에 이어 고흐Vincent van Gogh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오늘 살펴볼 작품은 ‘아를의 하역장’으로, 소나기가 내린 직후 그린 그림이다.

당시 고흐는 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뒤 아를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을 떠올리며 작품을 보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풍경 속 해질녘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사실주의에 기반해 표현되어 있다.

지난 작품에서 농촌의 농부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일상을 담아내려 했다는 점에서 고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표현주의적 색채, 예컨대 ‘별이 빛나는 밤’으로 나아가기 이전의 과도기적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를 시기의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권한다. ‘아를의 하역장’은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듯한 붓 터치가 보이지만, 아직 뚜렷한 리듬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후 그의 작품에서 점차 강한 리듬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전성기로 나아가는 과도기의 중요한 단서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작품 ‘오베르의 레 베스노 마을’에서는 붓 터치와 리듬감이 더욱 살아나며,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선율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이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약 두 달 전에 그려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당시 그의 심정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어쩌면 마지막을 앞두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상향을 밝게 담아내려 했을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며 현실과 다른 세계를 화폭에 펼쳐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는 드러나지 않은 어둠이 담겨 있었고, 누군가 그것을 알아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깊은 고통 속에서도 그는 오로지 작품에 몰두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고흐의 삶이 더욱 안쓰럽게 다가온다. 주변에 그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이들이 있었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은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물러 있었던 듯하다.

누군가 외로울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어둠이 자신을 덮칠까 두려워 거리를 두기도 한다. 삶이 버거운 상황에서는 그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결국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마주한다.

누군가의 힘든 순간을 외면한다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외로움 속 더욱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가 동굴 속으로 들어갔을 때, 충분한 시간을 주며 그 곁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을 두드리고,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일 말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해서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은 단단하게, 감성은 부드럽게 유지하며 소중한 이들을 지켜주고 싶다.

과거 친구가 “위로가 되는 글과 그림을 세상에 전해달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그 문장을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때때로 꺼내 보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다시 고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작업에 몰두할수록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와 끊임없이 대화했을 것이다. 그 지점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고흐의 작품 속 의도는 결국 그 자신만이 온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가 담아낸 순간의 풍경과 감정을 따라가며, 그 시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열정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면, 붓 터치 하나하나도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올 것이다.

이번 칼럼을 통해 고흐의 과도기적 작품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다음 칼럼에서는 ‘폴 고갱’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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