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떡볶이는 옛말… 요즘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 오자마자 먹는다는 ‘한국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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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떡볶이는 옛말… 요즘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 오자마자 먹는다는 ‘한국 음식’

위키트리 2026-07-14 13:0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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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동대문 일대의 이른바 ‘닭한마리 골목’이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대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수십 미터에 달하는 대기 줄이 생기는데, 이 중 상당수는 일본인 관광객이다. 과거 동대문 패션 상가 상인들과 인근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서민 음식 골목이 이제는 K-푸드의 새로운 성지로 부상하며 글로벌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닭 한마리 자료사진. / bonchan-shutterstock.com

이러한 열풍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급증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골목 내 주요 매장들에 따르면 전체 이용객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으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70~80%에 육박한다. 과거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 먹거리가 삼겹살, 명동교자, 떡볶이 등에 국한되었다면 최근에는 닭한마리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 층의 방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유독 닭한마리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양국의 식문화적 유사성과 차별성이 공존한다. 닭한마리는 큰 양은냄비에 닭과 감자, 떡 등을 넣고 맑은 육수에 끓여내는 방식이다. 이는 일본의 전통 냄비 요리인 ‘미즈타키(水炊き)’와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매운 국물이나 자극적인 양념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맑고 담백한 닭 육수는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익숙한 형태의 음식을 통해 한국 식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셈이다.

동시에 한국식 양념장 문화는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다. 닭한마리는 단순히 맑은 국물 요리에 그치지 않고, 손님이 직접 다진 양념(다대기), 간장, 식초, 겨자, 부추 등을 섞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소스를 만들어 고기에 찍어 먹는다.

서울 종로신진시장 닭한마리 거리. / 연합뉴스

매운맛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에 소스 문화가 발달한 일본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담백한 국물로 시작해 매콤한 소스로 변화를 주는 식사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체험으로 소비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은 1970년대 후반 동대문 종합시장과 의류 상가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 형성됐다.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이 빠르고 저렴하게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도록 통닭을 통째로 끓여 내던 것이 시초다. 세월이 흘러 주변 상권의 성격은 변했지만, 닭한마리 특유의 투박한 양은냄비와 노포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됐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 특유의 골목 정취와 노포 감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국의 옛 골목 분위기가 이들에게 일종의 관광 콘텐츠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도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에서 직원이 대형 가위로 통닭을 거침없이 잘라주는 퍼포먼스 영상은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본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일본의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한국 여행 중 닭한마리 골목을 방문한 인증샷을 남기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일본의 여행 전문 커뮤니티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은 서울 여행 시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수요가 폭발하자 골목 내부의 풍경과 시스템도 변하고 있다. 매장마다 일본어와 영어로 된 메뉴판을 구비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전용 결제 시스템이나 간편결제를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과거 투박했던 서비스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손님에게 양념장 만드는 법을 다국어로 설명해 주는 등 적극적인 서비스가 정착되는 추세다.

외식업계 분석에 따르면 동대문 닭한마리 열풍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K-푸드의 다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다. 그동안 한식 세계화의 주역이 매콤하고 자극적인 양념 기반의 음식이었다면, 닭한마리는 담백함과 원재료의 맛을 살린 한식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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