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국내 증시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라는 복합 악재에 휘청이며 ‘6천피’대로 밀려났다. 전날 9% 가까운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에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장중 최고점 9,385.59에서 27% 이상 후퇴한 수준으로, 5월 6일 처음 7,000선을 돌파한 뒤 두 달여 만에 다시 7,000 아래로 내려앉았다. 장중에는 6,783.43(-9.26%)까지 밀리며 공포 심리가 극대화됐다.
장 초반 7,412.03(-0.85%)으로 출발한 지수는 한때 0.71% 상승 전환하기도 했지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낙폭이 커지자 오전에는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매매가 일시 중단됐다.
수급 측면에선 기관과 외국인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2조2천338억원, 외국인은 1조6천90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3조8천869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투 톱’ 동반 급락…SK하이닉스 역대 최대 낙폭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10.70% 급락해 주가가 25만원대로 밀려났고, SK하이닉스는 15.37% 폭락하며 200만원선을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낙폭은 SK하이닉스의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주말 뉴욕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한 지 이틀째였지만, ‘이벤트 소멸’ 인식 속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여기에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반도체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38.07포인트(4.55%) 내린 799.36으로 마감, 하루 만에 다시 800선을 내줬다.
호르무즈 통행료 선언에 유가 9%대 급등…미 증시·반도체 지수 동반 하락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란 봉쇄를 재개하고 있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것이며, 이 지역의 안전과 보안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해 선적된 모든 화물의 20%를 보상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전략 요충지다. 봉쇄·통행료 부과 가능성이 부각되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9.59% 올랐고,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42% 뛰었다.
지정학적 불안과 원유 급등은 뉴욕증시에도 부담을 줬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6%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79%, 1.55% 하락 마감했다.
반도체 업종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SK하이닉스 ADR은 나스닥에서 9.32% 급락하며 상장 첫날 약 13% 급등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마이크론(-4.32%), 샌디스크(-12.63%), 인텔(-6.12%)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동반 급락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78% 떨어졌다.
연준 매파 발언까지…코스피 추가 상승 ‘제한 요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공개 연설에서 “근원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뉴욕증시 장 마감 후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라디오 채널에 출연해 휴전 중 교전이 재개된 이란을 겨냥,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이라며 강경한 대이란 메시지를 거듭 내놨다. 이 같은 발언은 중동 정세 불안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며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는 8.45% 급락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 지수도 0.18% 내리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 “초반 기술적 반등 가능…그러나 구조적 불안 여전”
증시 전문가들은 전날 급락에 따른 기술적 되돌림으로 코스피가 장 초반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중동 리스크와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국내 증시는 전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되돌림이 강하게 유입되며 장 초반에는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지정학적 잡음은 지수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발 조정의 여파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발 조정을 완전히 피해 나가기는 어렵다”며 “하방을 맞으면서 출발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코스피가 120일선인 6,500포인트를 지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투자심리가 많이 훼손된 상태이기에 이를 하향 이탈할 수 있겠지만, 바닥권 영역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전날 충격의 후폭풍 속에서 ‘6,500선 방어’와 ‘기술적 반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정세와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이 단기 시장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는 한동안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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