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잇는 '가이아'···삼성, AI 반도체 영토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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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잇는 '가이아'···삼성, AI 반도체 영토 넓힌다

뉴스웨이 2026-07-14 07:4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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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다음은 무엇인가.' 삼성전자의 선택은 AI PC용 반도체였다. 2014년 철수했던 PC용 반도체 시장에 12년 만에 다시 뛰어들며 메모리 중심이던 AI 반도체 사업을 연산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도전을 단순한 신제품 개발이 아니라 HBM 이후 성장축을 마련하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아우르는 AI 반도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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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삼성전자가 12년 만에 PC용 반도체 시장에 재진입

AI PC용 가속기 '가이아(GAIA)' 개발로 메모리 중심에서 연산 영역까지 사업 확장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아우르는 AI 반도체 기업으로 체질 전환 시도

AI PC용 가속기 '가이아'의 의미

AI PC에서 초고속·초전력 연산이 가능한 특수 반도체로 설계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

PIM 등 지능형 메모리와 연동해 데이터 이동 최소화, 전력 절감 및 속도 향상 기대

시스템LSI사업부의 전환점

엑시노스 부진에 시달리던 시스템LSI사업부에 새로운 성장동력 부여

PC용 AI 반도체로 사업 구조 다변화 시도

초기 성과 예단은 이르며, 막대한 개발비와 투자비 회수에 시간이 필요

턴키 원솔루션 전략과 전망

메모리, 로직,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원솔루션 강화

가이아 양산 시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시너지 기대

메모리 업황 순환성에 대응해 수익원 다변화, AI 반도체 포트폴리오 확장 추진

HBM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점차 완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이 차기 성장축으로 AI PC용 반도체를 선택한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메모리를 넘어 AI 연산칩까지 직접 설계·생산하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D램과 HBM,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하나로 묶는 '턴키 원솔루션' 전략을 현실화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AI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 메모리 공급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스템LSI사업부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부진으로 오랫동안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스템LSI사업부가 AI PC 시장을 계기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 AI PC 시장서 엔비디아·퀄컴과 정면승부

삼성전자가 AI PC용 가속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I PC용 가속기는 PC에서 AI 연산을 초고속·초전력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특수 반도체(NPU, GPU 등)를 말한다. 데이터센터 없이도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에서 고성능 AI 기능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온디바이스 AI(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 연산과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는 기술)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AI PC용 가속기 '가이아(GAIA)'는 PC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기존 프로세서와 달리 AI 연산에 특화됐다. 신경망처리장치(NPU, 그림·음성·언어 등 한 가지에 특화해 적은 전력으로 빠르게 처리하도록 구축한 반도체)를 최적화한 형태로, PC의 생성형 AI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삼성전자가 가이아를 이렇게 설계한 것은 AI PC 전망 때문이다. 현재 PC 시장은 AI 에이전트를 수용하는 과정에 있다. 코딩·요약·편집 등 소프트웨어 기반 AI 버티컬 서비스가 이제는 PC에 내재되는 국면에 놓인 것이다. AI가 PC 작동과 함께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AI PC용 가속기는 향후 핵심 프로세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PIM(Processing-in-Memory,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과의 연동성도 기대를 모은다. PIM은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탑재해 데이터 이동 없이 안에서 직접 작업을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가 이동할 때 발생하는 병목(메모리 벽) 현상과 전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AI PC에서 수행하는 다방면의 작업을 메모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연동된다면, 데이터 이동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NPU(AI PC 칩)는 AI 추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연히 전력 소비도 줄고,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와 달리 배터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PC 등 소규모 기기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LPDDR(D램)·PIM·파운드리·첨단 패키징 등 AI PC와 관련한 기술력 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걱정거리도 존재한다. 기존 고객사와의 마찰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에 먼저 도전장을 던진 대표적인 기업은 엔비디아와 퀄컴, 화웨이 등이다.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이해관계 충돌은 때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애플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일감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이와 관련이 깊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다. AI PC 시장에서의 경쟁이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초기 고객 명단에 미국과 마찰이 큰 중국의 기업 '레노버'가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믿을 것은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PC용 칩 시장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당시 삼성전자는 PC용 엑시노스 AP를 개발해 삼성 크롬북에 적용했으나, 인텔의 x86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구축된 PC 칩 생태계에서 소프트웨어 호환성과 활용성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시장에 발을 들인 지 불과 2년 만에 후속 공급을 중단하면서 시장에서 퇴장했다.

삼성전자의 위상은 그때와는 매우 달라진 상태다. 이제 막 태동기를 맞은 만큼, 시장에는 절대 강자도 없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6용 엑시노스의 AI 연산 성능은 애플 최신 AP의 성능을 여섯 배 이상 앞선다는 분석도 나오는 터다. 2년 전 네이버와 서버용 AI 가속기 '마하'를 공동 개발했던 노하우까지 살리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사진=AI(챗GPT) 생성

'적자부진' LSI 구원투수···가이아로 '새 국면'


가이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온 시스템LSI사업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PC용 AI 반도체로 넓히고, 장기간 이어진 수익성 부진을 끊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삼성전자의 대표 모바일 AP인 '엑시노스'를 비롯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여러 사업 중 LSI사업부는 주력 제품인 엑시노스가 사업부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최대 고객사가 삼성전자 모바일(MX) 사업부로 한정된 상황에서 성능 및 전력 효율, 생산 수율 등의 논란이 겹치며 갤럭시 최상위 플래그십 라인업에서 탑재 비중이 축소되거나 아예 제외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SI사업부의 개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엑시노스 사업 부진으로 비메모리 사업의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추정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합산 영업손실은 2023년 약 2조5000억원에서 2024년 5조3000억원, 2025년에는 6조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수요 부진으로 시스템LSI사업의 실적 개선이 제한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가이아를 LSI사업부의 실적 반전을 이끌 핵심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스마트폰 AP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벌써부터 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양산 목표 시점(2027년)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시스템LSI사업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사업 특성상 초기 연구개발(R&D)과 설계, 검증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초도 물량만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AP 중심의 구조를 PC 영역으로 넓힌다는 방향성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AI 가속기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인 데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만큼, 단기간에 실적 개선의 결정적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보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가이아로 반도체 역량 결집···삼성 '턴키 전략' 시험대


가이아는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턴키 원솔루션'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로직,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데 아우르는 '턴키 원솔루션'을 삼성의 핵심 미래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 사업을 모두 보유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활용해 AI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과 패키징, 메모리 공급까지 포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중 직접적인 시너지가 예상되는 곳은 파운드리 사업부다. 가이아 양산을 삼성 파운드리가 맡을 경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설계와 제조 공정을 함께 조정하며 성능과 전력 효율, 칩 면적, 수율 등을 공동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시스템LSI는 AI 가속기 설계 역량을,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의 양산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구조다.

메모리사업부에도 간접적인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은 그동안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AI 시장에 대응해왔다. 가이아가 상용화되면 데이터를 직접 계산하는 로직 반도체까지 자체 제품군에 더해져 삼성의 AI 반도체 포트폴리오가 메모리에서 연산 영역으로 넓어지게 된다.

메모리 업황의 순환성에 대응해 수익원을 분산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도체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 원리와 가격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HBM 등 메모리 호황에만 기대지 않고, 로직·파운드리 등 다소 생소한 비메모리 사업까지 확장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선제적인 투자가 또 다른 호황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기술 확보에 전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아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따로 축적해온 반도체 역량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시장 안착 여부에 따라 삼성 반도체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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