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문턱 낮춘 AI…'AI 활용한 1인기업' 가능토록 지원 필요
AI 인프라 지원, 강력한 창업정책이자 양극화 대책 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창업의 문턱까지 크게 낮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AI를 활용한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노력 못지않게 개인들의 AI 창업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인터넷이나 정보기술(IT)관련 창업을 하려면 개발자, 디자이너, 회계 담당자 등 필수 임무를 맡길 직원들이 다수 필요했지만,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환경이 달라졌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상당 부분 필수업무를 대신하면서 '유일한 직원이 AI인 회사'가 현실이 되고 있다.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1인 창업(OPC:One Person Company)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AI 인프라는 물론 사무실이나 임대료, 창업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해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1인 기업 창업자가 급증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에서도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창업자가 AI를 활용해 소수의 직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AI 기반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AI 컨설팅, 디지털 아트, 게임,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 앱 개발, 전자상거래 등 분야에서 AI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 직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1인 기업이 점점 늘어 수년 내에 훨씬 보편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기획과 고객지원 등 기업 운영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사람은 전략과 의사 결정에 집중하는 창업 형태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 경쟁력을 가늠할 때도 '얼마나 많은 직원을 보유한 기업이냐'보다 'AI를 활용해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내는가'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의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AI 도입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수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AI 시대가 그려내는 미래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자본력 차이가 AI 인프라 구축 격차로 이어질 수 있고, 개인의 AI 접근성과 AI 활용 능력 차이가 양극화를 오히려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코리아'라는 저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벤처 4대 강국'이나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창업 국가 실현' 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AI 시대를 사는 청년을 비롯한 개인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 지원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AI가 생산성을 높일수록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실이 소수 기업에만 집중될 경우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만 부를 축적하고 다수는 일자리를 잃는다면 AI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창업 후 장기적으로 기업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창업은 기업인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덜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정부가 AI 활용 교육과 자격 기준 운영을 비롯해 AI 바우처 제공, AI 에이전트 구독 지원, 법률·회계 AI 서비스 제공 등 창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집중 개발할 필요가 있다. 창업 문턱이 낮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 상당수가 AI를 첫 번째 직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강력한 창업 정책이자 양극화 대책이 될 수 있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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