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국회에 민생도 멈췄다…원 구성 대치에 발 묶인 주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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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국회에 민생도 멈췄다…원 구성 대치에 발 묶인 주요 법안

이데일리 2026-07-14 05: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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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소현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데 반발해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전원 사임계를 제출하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와 기관 업무보고, 현안 질의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은 69건이다. 이 가운데 59건은 전반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와 법사위 심사를 마친 안건으로,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여야의 원 구성 대치로 본회의 일정까지 잡히지 않으면서 쟁점이 크지 않은 민생 법안조차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계류 법안에는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 지원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공중화장실 불법 촬영 탐지 시스템 활용 근거를 마련하는 공중화장실법 개정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 9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비공개로 만나 오는 17일 제헌절 전까지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의장은 “약 60건 정도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이 있다. 민생 법안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위한 일정도 빠르게 협의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여야는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법사위를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고,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은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독주하고 있다며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에도 이미 위원장을 선출한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임위에서도 현안 간담회 등을 통해 사실상 상임위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청문회를 오는 22일 열기로 의결하고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무위원회도 홈플러스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추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재협상 없이 남은 상임위원장만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것은 자리를 나눠달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민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토론의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구성 지연은 쟁점 법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야당 간사와 법안심사소위원장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쟁점 법안을 심사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법 개정 등 민생경제 법안도 상임위 파행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와 금융소비자 보호, 가상자산 제도 등을 다루는 정무위원회 역시 주요 현안이 쌓여 있지만 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정상적인 현안 질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시장이 ‘오징어게임’처럼 변했다는 불만이 제기되지만, 관련 기관을 상대로 한 국회 차원의 점검도 차질을 빚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대치가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구조적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모든 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오르기 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가 법률 간 충돌과 문구를 점검하는 본래 기능을 넘어 법안의 내용까지 재심사하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관 상임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직접 맡거나 별도의 전문 심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별도의 체계·자구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는 안이 각각 발의됐다.

정치권에서는 원 구성 협상의 장기화가 민생 법안과 국정 현안의 처리를 가로막는 만큼, 법사위 권한 조정을 포함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할 국회가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분산시키든, 원 구성 시한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을 마련하든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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