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은행권이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낮춘 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도 모집인 접수 중단, 모기지신용보험 제한 등에 나서면서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기존 한도를 믿고 계약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하루아침에 수억원의 자금 공백을 떠안게 됐다. 매수를 포기한 수요가 전월세시장이나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도 내일부터 부동산 정책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해법을 찾을 예정이다.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 보호 사이 절충안이 필요하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돌입…주담대 문턱 껑충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기존에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도 주택가격이 15억원 이하면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이를 절반으로 낮췄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시장 과열 방지를 위해 대출 규제를 이어온 가운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한도를 3억원까지 낮추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8일 모집인 접수를 닫고 모기지신용보험 가입을 제한했다.
모기지신용보험은 은행이 주담대 한도를 산정할 때 차감하는 소액임차보증금만큼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보험 가입이 막히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액도 그만큼 줄어든다. 한도를 직접 낮추지 않고도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는 수단이다.
◇6억원 믿고 계약했는데 3억원…실수요자 자금계획 비상
국민은행의 이번 한도 축소 대상에서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 등 집단대출은 제외됐다. 문제는 일반 주담대를 이용하려던 실수요자다. 국민은행은 대출서류 접수일을 기준으로 새 한도를 적용했지만, 대출 신청은 소유권 이전등기 예정일 50일 전부터다.
최대 6억원을 대출받는다는 전제로 계약한 차주라면 하루아침에 3억원의 자금 공백이 생긴다. 부족한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매입을 포기하거나 계약금을 잃을 수 있고, 자금계획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5)는 “약정서 작성까지 마치고 이번 주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6억원을 모두 대출받는다는 가정 아래 약정을 체결한 터라 자금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에 거주하는 강모씨(33)는 “3억원대 대출로 살 수 있는 지역을 알아보고 있다”며 “조건에 맞는 집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전세도 함께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월세시장에 머물거나 기존 지역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3억원대 대출로 접근할 수 있는 오산과 평택, 시흥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수도권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조이기 속 공개토론…실수요 보호책 나올까
정부도 부동산시장 해법 마련에 나선다. 오는 14일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15일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과 금융, 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다루는 종합 토론회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추가 금융규제 도입과 무주택자·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적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자체적인 대출 축소 속,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 사이 절충안이 관건이다.
다만 7월 말 세제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금융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제 개편 일정까지 감안하면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동산 민심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고 정책에 얼마나 반영할지도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의외로 단순하다”며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는 소득과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집을 팔려는 사람은 납득 가능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하며, 당장 내 집 마련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필요한 때 전세대출을 받고 전셋집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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