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만의 헤리티지와 장인 정신을 담은 HB9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가 파리에서 공개되었습니다.
HB9, 에르메스의 아홉 번째 하이 주얼리
지난 7월 5일과 7일, 파리에서 에르메스의 아홉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 말의 세계로 깊이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컬렉션의 주제처럼,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는 마구를 만들며 쌓아온 에르메스만의 헤리티지를 주얼리의 언어로 번역해냈습니다. 에트랑트(Étreintes), 라쏘 디스코(Lasso Disco), 아뜰라주 도르(Attelage d’Or) 등 각각의 하나의 이야기를 품은 90점의 피스들은 정교한 장인 정신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무대가 되었죠.
말에서 길어 올린 영감,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
이번 HB9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의 핵심은 말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그 움직임과 긴장감, 리듬을 선과 형태의 추상적 언어로 시각화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피에르 아르디는 “말의 형태 그 자체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상징성은 각 피스 안에서 살아 숨 쉰다”고 설명했는데요. 보이지 않는 말, 그러나 모든 것에 스며든 말. 그것이 에르메스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가장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말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로 에르메스가 말하는 ‘말의 상징’과도 같은 승마용 재갈이 있죠. 이 승마용 재갈에서 영감을 받은 ‘에트랑트(Étreintes)’ 라인의 네크리스와 커프 브레이슬릿은 재갈 모양을 길게 늘여 구조적이면서도 유연한 형태로 변형한 뒤 그 중심에 다이아몬드 혹은 카보숑 컷 투어말린을 세팅해 완성했는데요. 얽힘과 중첩을 통해 탄생한 이 유기적인 형태는 손가락과 손목, 목과 귀까지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여기에 카우보이들이 쓰는 올가미 밧줄이 역동적으로 회전하며 꼬이는 시각적 움직임이 느껴지는 ‘라쏘 디스코(Lasso Disco)’ 라인, 말의 발굽 형태를 블랙 제이드 스톤으로 강렬하고 대담하게 해석한 ‘상토르(Centaure)’ 라인은 에르메스만의 섬세한 조형미와 대담한 예술성을 보여줍니다. 또, 말의 옆모습이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을 포착한 ‘갈로 에르메스(Galop Hermès)’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갈로 에르메스(Galop Hermès)’의 더블 링과 브레이슬릿은 이번 컬렉션 중 가장 직접적으로 말의 모습을 형상화한 피스로, 최상급 블루 사파이어와 화이트·브라운 다이아몬드의 그라데이션이 눈부시게 완성되어 에르메스 하이 주얼리만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마치 에르메스가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의 가장 순수한 완성체 같기도 하죠. ‘에트랑트(ÉTREINTES)’부터 시작해 ‘라쏘 디스코(LASSO DISCO)’와 ‘슈보셰(CHEVAUCHÉE)’, ‘에르메스 아파라(HERMÈS APPARAT)’, ‘아뜰라주 도르(ATTELAGE D’OR)’, ‘에트리에(ÉTRIERS)’, ‘셀레뜨(SELLETTE)’, ‘상토르(CENTAURE)’, ‘갈로 에르메스(GALOP HERMÈS)’, ‘끌루 드 포르주 루미에르(CLOU DE FORCE LUMIÈRE)’, ‘푸에 더블 투어(FOUET DOUBLE TOUR)’, 그리고 ‘카발(CAVALE)’까지. 에르메스만의 장인 정신과 감각적인 미학으로 탄생한 이번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 HB9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에르메스가 헤리티지를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깊고 섬세한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챕터로 완성되었습니다.
에르메스의 세계관이 완성된 파리 장식미술관
이 12개의 라인과 90점의 피스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이끈 피에르 아르디에게 하이 주얼리는 완성된 오브제가 아닌 착용자의 몸 위에서 비로소 살아나는 경험이기 때문인데요. 그는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그 철학을 피스 밖으로도 꺼내 전혀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무대가 된 파리 장식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은 19세기에 설립되어 프랑스의 생활 예술, 장인들의 섬세한 정신과 노하우, 예술가들의 연구와 수집가들의 열정을 선보여온 역사적인 공간으로, 마구 제작에서 출발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에르메스의 철학과 가장 자연스럽게 맞닿는 곳이기도 합니다. 에르메스는 이곳의 웅장한 석조 그랜드 홀을 거대한 말 조각과 추상적인 조형물들로 가득 채운 몰입형 승마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요. 관객들에게 주얼리를 감상하는 것이 아닌 승마의 세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거대한 경험을 선사하며 하나의 총체적인 문화 이벤트로 완성해냈습니다. 피에르 아르디의 철학에서 시작되어 주얼리를 거치고, 파리 장식미술관의 거대한 문화적 공간으로 완성해낸 에르메스의 이 깊고 섬세한 세계관은 아홉 번째 시리즈를 넘어 그 다음 장면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옵니다.
하이 주얼리가 세계관이 되는 시대
에르메스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자연과 헤리티지, 움직임, 그리고 장인 정신으로 귀결되는 이번 ‘인투 더 호스스케이프(Into the Horsescape)’. 하이 주얼리가 아름다운 보석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담아내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에르메스는 12개의 라인과 90개의 피스, 그리고 파리 장식미술관의 거대한 몰입형 공간을 통해 가장 정교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런 방식은 에르메스만의 것이 아닙니다. 크리스찬 루부탱이 상징적인 레드 컬러로 구성된 상상 속 문명 ‘붉은 왕국’에서 컬렉션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펜디가 칼 라거펠트에게 보내는 헌사의 전시를 오트 쿠튀르 컬렉션과 함께 공개했듯, 지금의 하우스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관객이 직접 브랜드의 세계관 안으로 걸어 들어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사랑하는 컬렉션은 더 이상 유리 진열장 안에만 머물지 않죠. 에르메스가 말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했듯,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새로운 세계관들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