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제2문화예술복합단지기획디자인 마스터플랜 우수작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출품작./사진= 대전시 제공
대전 문화예술계 정책이 중대 변곡점에 섰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민선 8기에서 추진해 온 문화예술 시설사업 대부분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시설사업 중심이던 민선 8기 문화예술 공약이 대대적인 손질을 앞둔 가운데 새 시정의 무게중심은 하드웨어 정책에서 시민 문화 향유와 지역 예술인 지원 등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문화예술 분야 주요 시설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시정이 출범하자마자 시 재정 부담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비교적 예산 규모가 큰 SOC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필요성과 추진 시기,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재검토 대상에는 제2문화예술복합단지(제2시립미술관·음악전용공연장)를 비롯해 이종수도예관, 대전학발전소, 김호연재문학관, 첫 대전시청사 복원, 근대역사문화공간, 웹툰IP첨단클러스터, 융복합특수영상콘텐츠클러스터 등이 포함됐다. 민선 8기에서 추진한 굵직한 문화예술 사업 대부분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현재 시는 인수위의 검토 의견을 토대로 사업별 추진 방식과 필요성, 예산 규모 등을 재정비해 최종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의 지속 여부와 구체적인 조정 방향은 이달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별 운명은 추진 단계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지만, 대부분은 중단이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약 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제2시립미술관과 음악전용공연장은 현재 디자인 용역 등 행정절차만 진행된 상태다. 사업 초기부터 입지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발이 이어진 데다가 막대한 예산까지 필요한 만큼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종수도예관과 김호연재 문학관 역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해 마찬가지로 연속 추진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문화유산 복원사업의 경우, 활용방안은 조정되더라도 지역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기본적인 복원·관리 절차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옛 한전대전보급소를 활용한 대전학발전소와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활용한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 첫 대전시청사 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초 계획했던 콘텐츠를 그대로 구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역 문화유산을 방치할 수도 없는 만큼 필요한 복원과 유지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사업은 상대적으로 한숨을 돌렸다.
특수영상클러스터는 올해 정부예산에 반영돼 지난 2월 착공한 만큼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재검토 과정에서 예산 규모가 조정될 경우 시설 구조나 세부 사업 내용에는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웹툰클러스터 역시 지난 4월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고 국비 약 7억 원을 확보한 상태여서 사업을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착공 일정 등이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처럼 민선 8기 시설사업의 대폭 손질이 예상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태정 대전시장의 공약으로 향하고 있다.
허 시장의 문화예술 공약은 대형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하고, 시민과 예술인의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센터와 도서관, 생활SOC, 유휴공간을 문화 거점으로 바꾸고 시민 동아리와 마을예술단 활동을 지원하는 '10분 생활문화권'이 대표적이다. 새 건물을 세우기보다 시민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문화를 즐기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예술인 정책도 마찬가지다. 창작준비금과 청년예술인 적금, 일자리와 경력관리 지원을 통해 예술가들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을 만들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시장 직속 가칭 문화예술육성위원회와 시민문화기본권 조례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하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시민 누구나 소득과 지역에 상관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 사업별 추진 여부가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재정 상황과 사업의 시급성, 시민 체감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민선 9기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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