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가 잇따라 축소되는 데 이어 일부 은행은 대출모집인 접수까지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택 매수를 계획했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 가능 금액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주택 구매 계획을 다시 세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0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했다.
이는 지난 2일 8월 실행분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대출 제한을 추가로 확대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8일부터 7월 실행 예정인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조기에 소진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출 공급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한도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했다.
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BNK경남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함께 가입하는 보증상품으로, 가입이 제한되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에서는 최대 5,500만원가량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이 대출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한 가계대출이 있다. 지난 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3,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3조3,907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는 올해 초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의 약 80% 수준에 해당한다.
이미 5대 은행 가운데 3곳은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5월 이후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증시 활황으로 이른바 '빚투'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5조3,4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약 1,968억원 증가한 반면,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7,815억원 늘어난 109조4,518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통장 사용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4월 말 37조8,410억원에서 5월 말 39조6,212억원, 지난달 말에는 41조3,444억원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전체 잔액의 38.1%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고, 이어 50대(27.4%), 30대(21.2%), 60대 이상(10.9%)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마이너스통장 신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으며, NH농협은행은 연소득의 절반 범위 내에서 최대 1억원까지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신한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할 경우 신규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규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매수를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은 대출 가능 금액과 은행별 규제 변화를 면밀히 확인한 뒤 자금조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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