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ISA/상]절세 예·적금 통장 옛말…'투자중개 계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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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ISA/상]절세 예·적금 통장 옛말…'투자중개 계좌'로

비즈니스플러스 2026-07-13 15:57: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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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무게중심이 예·적금과 펀드를 담는 절세 통장에서 국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거래하는 투자계좌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4월 말 ISA 가입금액이 65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투자중개형에 전체 자금의 70% 이상이 담기면서, 금융권에서는 직접투자 수요가 ISA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SA는 한 계좌에서 여러 금융상품을 운용하면서 손익통산과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산관리 계좌다. 운용 방식에 따라 신탁형·일임형·투자중개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상품을 직접 선택해 금융회사에 운용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모델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증권사를 통해 개설하는 투자중개형은 가입자가 국내 상장주식과 ETF 등을 직접 선택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6년 도입 당시 ISA는 예·적금과 펀드 등을 한 계좌에 담아 세제 혜택을 받는 '만능통장'으로 주목받았다. 초기에는 은행 신탁형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2021년 투자중개형이 추가되면서 세제 혜택을 유지한 채 국내 주식과 ETF를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이 ISA를 운용하는 방식도 절세 중심에서 직접투자로 넓어졌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ISA 가입자는 901만9631명, 가입금액은 65조5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투자중개형 가입자는 795만2752명으로 전체의 88.2%, 가입금액은 47조9266억원으로 73.1%를 차지했다. 신탁형 가입금액은 16조683억원, 일임형은 1조5907억원이었다.

투자중개형은 가입자 비중보다 가입금액 비중이 낮지만, ISA 자금의 70% 이상이 직접투자가 가능한 계좌에 담겼다는 점에서 시장 성격의 변화를 보여준다. 예금과 펀드를 묶어 관리하는 계좌에서 국내 주식과 ETF를 직접 고르는 계좌로 이용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중개형 성장 배경으로 국내 주식과 ETF 투자 수요 확대를 꼽는다. 가입자는 국내 상장주식과 ETF를 직접 거래할 수 있고, 계좌 안에서는 금융상품별 손익을 통산한 순이익에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일반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은 원래 비과세 대상이지만, 투자중개형 ISA에서는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손을 계좌 내 다른 과세 대상 이익과 통산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실무지침은 주식 양도차손을 손익통산 대상에 포함하고, 남은 손실은 배당소득과 이자소득 순으로 차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수·업종·배당주·채권 등 다양한 자산과 투자전략을 추종하는 ETF가 늘어난 점도 계좌 안에서 자산을 나눠 담기 쉬워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개별 종목을 직접 고르는 방식뿐 아니라 투자 목적과 위험 수준에 맞는 ETF를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는 ISA 개설 목적도 절세 중심에서 투자 활용으로 넓어졌다고 설명한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계좌만 개설하기보다 주식과 ETF를 실제로 운용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SA의 비과세 혜택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최근에는 주식과 ETF 등을 직접 담는 투자 기능까지 함께 보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중개형은 개별 종목과 ETF를 활용할 수 있어 신탁형과 고객이 체감하는 쓰임이 다르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ISA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도 계좌 개설을 실제 투자자금 유입으로 연결할 수 있어서다. 계좌 안에서는 국내 주식과 ETF뿐 아니라 채권, 펀드,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여러 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신규 가입뿐 아니라 타사 계좌 이전과 순입금액을 기준으로 혜택을 주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계좌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자금을 넣고 거래하도록 유도하려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ISA 시장이 커질수록 계좌 수만으로 증권사의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계좌 수만으로는 실제 자금 유입과 운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납입액과 거래 지속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투자중개형 ISA는 절세 혜택과 별개로 투자 손실 가능성을 안고 있다.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더라도 주식과 ETF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은 가입자가 부담한다. 증시가 조정받으면 계좌 수익률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증시 상승기에 투자를 시작한 고객은 세제 혜택과 기대수익만 보고 상품을 고르기보다 투자 기간과 손실 감내 수준을 함께 따져야 한다. 같은 투자중개형 ISA라도 개별 주식과 주식형 ETF, 채권형 상품의 위험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SA의 의무가입기간이 3년인 만큼 단기 절세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다 투자 기간과 자산배분 원칙을 세우고 운용 결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협회 실무지침상 특별한 사유 없이 3년이 지나기 전 계좌를 해지하면 과세특례에 따라 감면받은 세액이 추징될 수 있다.

ISA가 절세 통장에서 투자중개 계좌로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증권사의 경쟁도 계좌 개설 이후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신규 계좌 수보다 고객이 실제 자금을 얼마나 납입하고, 이를 얼마나 오래 운용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준혁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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