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축구에서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그런 관계이다. 무려 60년 묵은 철저한 앙숙이기 때문이다.
질긴 악연의 시작은 196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월드컵.
아르헨티나 주장 안토니오 우발도 라틴은 개최국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서독 출신 주심 루돌프 크라이틀라인의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어를 하는 주심과 스페인어를 하는 라틴은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는 퇴장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통역을 요구했고, 약 10분 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아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틴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유니언 잭(영국 국기)이 그려진 코너 플래그를 움켜쥐고,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해 마련된 VIP석 앞 레드카펫에 앉아 항의했다. 영국 관중들은 그에게 맥주캔과 오물을 던졌고, 경기는 난장판이 되었다.
아르헨티나는 10명으로 싸운 끝에 0-1로 패배했는데 경기 후 잉글랜드의 알프 램지 감독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짐승들(Animals)"이라 불렀고, 아르헨티나 언론은 "잉글랜드가 심판을 매수해 승리를 훔쳤다"고 분노하며 양국의 지독한 축구 전쟁이 시작되었다.
1982년 두 나라는 말비나스 전쟁(포클랜드 전쟁)으로 충돌했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끝에 아르헨티나의 참패로 끝났다.
그리고 4년 뒤 포클랜드 전쟁의 앙금이 남아 있던 1986년 두 팀은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다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쳤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주장 디에고 마라도나는 "이 경기는 절대 질 수 없는 경기"라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축구 신동 마라도나는 역사적 대결에서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2개를 만들어냈다.
첫 번째는 '신의 손'이었다. 마라도나는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손으로 공을 밀어 넣었지만, 비디오판독(VAR) 제도가 없던 그 시절 주심은 이를 골로 인정했다.
그리고 4분 뒤 나온 두 번째 골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로 꼽히느 FIFA 선정 '세기의 골'이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진영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잉글랜드 골문을 향해 약 60m를 질주했다. 그는 잉글랜드 선수 5명과 골키퍼까지 총 6명을 제친 뒤 약 11초 만에 골망을 흔들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는 잉글랜드의 간판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아르헨티나 디에고 시메오네(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를 걷어차 퇴장당했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배해 '국민 역적'으로 몰렸다. 하지만 4년 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마이클 오언의 완벽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베컴이 넣어 설욕에 성공했다.
이처럼 질긴 악연을 이어오던 두 팀은 오는 16일(한국 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 티켓을 놓고 24년 만에 운명의 한판을 벌인다.
영국 BBC는 양 팀의 대결이 성사되자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가 애틀랜타에서 만난다. 얼마나 군침 도는 대진인가"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에게 잉글랜드전은 생애 처음이고 해리 케인에게도 아르헨티나전은 처음이다.
이기면 영웅이 되고 지면 역적이 되는 사생결단 축구 전쟁, 이번 월드컵 최고 빅매치에서 또 어떤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될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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