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남편과 이혼 시, 비밀리에 소송을 준비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 후 소장을 보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과 통제에 시달려 온 A씨의 어머니. 남편이 실직한 후 24시간 내내 집에 머물면서 감시는 더 심해졌다.
이혼을 결심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A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 모르게 조용히 이혼하고 집을 나올 방법은 없겠냐”며 도움을 구했다.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안전하게 이혼을 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남편 모르게 '완벽한 비밀 이혼'은 불가능…하지만 '안전한 준비'는 가능
변호사들은 이혼 소송을 상대방이 끝까지 전혀 모르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소송을 제기하는 서류)이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반드시 전달되어야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 준비 단계는 철저히 비밀로 진행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아버지가 소장을 받기 전까지, 즉 준비 단계에서는 철저히 비밀로 할 수 있다”며 “어머니와 자녀분들이 집에서 완전히 짐을 빼고 안전한 거처로 대피를 완료한 다음에 소장이 아버지에게 도달하도록 날짜를 맞춰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 역시 “준비 단계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어머니와 자녀분들이 안전하게 대피를 완료한 뒤 소장이 아버지에게 도달하도록 시점을 조율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빠가 집에 24시간 있는데'…짐은 어떻게 옮기나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실직 후 24시간 집에 머무는 아버지 때문에 짐을 챙겨 나올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변호사들은 이 경우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아버님이 실직 상태로 항상 집에 계신 상황이라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짐을 빼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경찰에 상황을 미리 알리고, 동행을 요청해 안전하게 반출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도 “신분증, 통장, 인감 등 필수품을 먼저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경찰에 상황을 알린 뒤 가족이나 제3자와 함께 반출하는 것이 좋다”며 “가해자와 단둘이 짐을 정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해 아버지를 집에서 퇴거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어머니와 자녀들이 기존 주거에 머물면서 안전하게 짐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 자녀까지 '내가 키운다'는 남편, 법적 구속력 있나
A씨의 아버지는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만 나가고 애들은 내가 키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남매는 모두 20세가 넘은 성인이다.
변호사들은 아버지의 주장이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자녀분들이 모두 성년이면, 친권·양육권의 대상이 아니어서 ‘아버지가 법적으로 키운다’는 형태로 강제하기 어렵다”며 거주 이전과 독립은 본인들의 결정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 역시 “자녀분들이 모두 성년이므로 아버지의 양육권 주장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며 “각자 독립하는 데 법적 장애는 없다”고 밝혔다.
녹음파일, 상처 사진, 폭언 카톡…모두 강력한 증거
A씨 가족은 그간 아버지가 행한 폭언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 과거 폭행으로 생긴 어머니의 상처 사진, 아버지가 외도한 정황이 담긴 메시지 등을 증거로 가지고 있었다.
이규희 변호사는 “폭언 녹음 파일, 카카오톡 메시지, 상처 사진, 외도 흔적은 이혼 소송에서 아버지를 유책 배우자로 인정받게 할 아주 강력하고 완벽한 증거들”이라며 “가정폭력과 통제, 외도는 민법이 정한 명백한 이혼 사유에 해당하므로 무조건 이혼이 가능하며 위자료와 재산분할까지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도 “확보하신 사진과 녹음은 유효한 증거”라며 “어머니가 겪으신 수십 년간의 폭언과 폭행 및 과거 외도 사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