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충격에 옥석 가리기...지투지바이오 재평가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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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 충격에 옥석 가리기...지투지바이오 재평가 받는 이유

이데일리 2026-07-13 12:01:02 신고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이른바 펩트론 사태로 국내 마이크로스피어(미립구) 기반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시장 투자 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연구 가능성이 기업가치를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실제 계약과 사업화 구조를 확보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펩트론이 일라이 릴리 공동연구를 둘러싼 논란으로 투자심리가 흔들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개발 계약에 이어 재무적 투자(FI)까지 유치한 지투지바이오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다.

국내 장기지속형 플랫폼 시장은 펩트론(087010), 인벤티지랩(389470), 지투지바이오(456160)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세 기업 모두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술 자체보다 '누가 실제 사업화 구조를 만들었는가'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사진=김새미 기자)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사진=김새미 기자)




그동안 펩트론과 일라이 릴리간 공동연구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투지바이오에 새롭게 이목이 쏠린다.

지투지바이오는 지난달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차세대 비만 치료 후보물질 전임상 데이터와 고함량 제형 기술을 공개한 데 이어 바이오USA에서는 약 50건의 글로벌 파트너링 미팅을 진행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은 InnoLAMP 플랫폼을 활용해 자사 원료의약품(API)을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개발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였고, 기존 저분자와 펩타이드뿐 아니라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까지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도 이어졌다.

특히 회사는 고용량 펩타이드도 피하주사가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를 공개한 이후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들과 신규 미팅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4중 작용제 등 차세대 비만 치료제에도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도 최근 신한투자증권 포럼에서 "당뇨·비만 치료제 시장은 결국 제조원가 경쟁력이 핵심"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 외 새로운 API 프로젝트도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올해 하반기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성원 에피스넥스랩 대표, 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사장,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사진=삼성에피스홀딩스)
왼쪽부터 홍성원 에피스넥스랩 대표, 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사장,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사진=삼성에피스홀딩스)






◇로열티받고, 생산까지...지투지-삼성바이오 '최초 본계약 사례'



무엇보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계약 구조다. 올해 초 계약이 발표됐을 당시 글로벌 빅파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됐었지만, 지투지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계약은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는 장기지속형 업계 본계약 최초 사례였다.

해당 계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에피스넥스랩, 지투지바이오가 체결한 3자 계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의 장기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포함한 비만 치료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고, 계약금과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을 수행한다.

지투지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계약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 구조에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경상기술료(로열티)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제품 공급 계약에 따른 생산 매출까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단순 플랫폼 기술이전을 넘어 공동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회사는 이번 계약을 '본계약'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투지바이오에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도 단행했다. 공동개발 계약과 재무적 투자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삼성 측이 단순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까지 높게 평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희용 대표도 신한투자증권 포럼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른 회사"라며 "공동개발 과정에서 개발 비용과 인건비 등을 삼성 측이 부담하는 구조여서 계약 조건도 상당히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투지바이오 글로벌 파이프라인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는 베링거인겔하임과 당뇨·비만 펩타이드 장기지속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대동물 평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올해 3~4분기 중 후속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A사와 신규 비만 치료제 프로젝트를 협의 중이며, 글로벌 B사와는 2단계 공동개발, 글로벌 C사와는 대동물 연구를 진행하는 등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인력이 3분의 1가량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사업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증가한 인력 대부분은 공장과 생산시설 운영을 위한 인력"이라며 생산 역량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 포럼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투지바이오에 집중됐다.

포럼에 참석한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들이 보여주지 못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략적 투자 배경을 직접 들으면서 계약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됐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기업들과의 후속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웠다"며 "무엇보다 대표가 질문을 피하지 않고 자신 있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느꼈다. 질의응답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본계약 레퍼런스가 투심 본질...펩트론 논란이 바꾼 투자 공식



반면 최근 펩트론을 둘러싼 논란은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흔드는 계기가 됐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터제파타이드가 일라이 릴리 공동연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회사는 공시와 설명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표 발언과 회사 설명이 엇갈렸다는 점 자체를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스마트데포 평가 일정이 연장됐던 부분과 신공장 건설 지연, 주요 임직원 이탈 등 기존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펩트론은 이미 스마트데포 평가 일정 연장과 신공장 건설 지연 등으로 투자자 신뢰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 터제파타이드 공동연구 논란이 결정타가 된 측면이 있다"며 "회사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바이오 계약은 비밀유지계약(NDA) 특성상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 시장의 의구심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HLB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완요구 이슈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섹터 전반이 리스크를 줄이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평가다. 또 다른 투자기관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섹터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예전처럼 '빅파마와 공동연구를 한다'는 기대감보다 실제 기술이전 계약이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업을 발표한 프로티나가 시장에서 강한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검증된 파트너십을 확보한 기업에는 여전히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투지바이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계약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례처럼 공동개발을 넘어 생산까지 연결되는 사업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펩트론 이슈가 장기지속형 플랫폼 시장 자체의 성장성을 훼손한 사건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을 바꾼 계기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면, 이제는 실제 계약 구조와 전략적 투자,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 모델까지 확인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플랫폼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라며 "결국 시장의 선택을 받는 기업은 기술력을 실제 계약과 매출,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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