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갤러리한결은 사라진 미각의 흔적과 기억의 층위를 회화로 풀어낸 성은 작가의 개인전 ‘Fragments of Flavor: 풍미의 파편’을 오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 신진작가 창작지원 선정작가전으로 마련됐다. 기억과 감각, 그리고 미각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축적되고 변형되는지를 회화적 언어로 탐구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유년 시절의 맛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을 형성하는 근원적인 경험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진 맛은 기억 속에서 다시 변형되고 새로운 감각으로 축적되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감각의 흔적이 화면 위에서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재탄생한다.
전시장에는 반복되는 선과 작은 색면으로 이루어진 회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화면을 구성하는 미세한 형태들은 기억 속에 흩어져 있는 감각의 조각들을 상징하며,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등 서로 다른 미각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겹쳐지고 스며들며 새로운 감각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정한 맛이나 기억을 떠올리며 시각을 통해 미각을 경험하는 공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과 겔 미디엄, 모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화면에 풍부한 물성과 질감을 구현했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선과 거친 표면, 얇게 번지는 색층과 두텁게 쌓인 마티에르는 서로 다른 감각의 리듬을 형성하며, 캔버스를 기억과 감각이 켜켜이 축적된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맛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감각의 잔상을 따라가며, 기억이 어떻게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되는지를 회화를 통해 탐색한다.
서문을 맡은 김규태 연구자는 “이번 전시는 사라진 맛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맛이 남긴 감각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라며 “맛이 기억 속에서 변형되고 다시 감각되는 과정을 회화의 표면 위에 구축했다”고 평했다.
성은 작가는 2025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감각과 기억, 물성을 결합한 회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갤러리한결의 2026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선정 이후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공감각적 회화의 가능성과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제시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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