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한옥→놀이터 같은 집, 시간이 쌓인 공간('건축탐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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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한옥→놀이터 같은 집, 시간이 쌓인 공간('건축탐구 집')

뉴스컬처 2026-07-13 11:07:26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낡은 공간으로 남을까, 아니면 세월이 더해질수록 특별한 가치가 생길까. ‘건축탐구 집’이 오래된 집에 담긴 가족의 기억과 건축적 의미를 조명한다.

오는 14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은 ‘집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편을 통해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두 집을 소개한다. 한 곳은 지나간 시간을 보존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했고, 또 다른 곳은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공간이다.

■31년의 시간을 품은 집…새것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의 기억

사진=건축탐구 집
사진=건축탐구 집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 국립수목원 인근에는 개발 바람 속에서도 31년째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한 집이 있다. 주변 풍경은 빠르게 변했지만, 이 집은 한 가족의 삶과 추억을 고스란히 품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집을 지을 당시 남편 정태 씨는 서른일곱, 아내 현옥 씨는 서른셋이었다. 부부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서울 아파트 생활이 아닌 자연 속 삶이었다. 아이들이 도시의 경쟁보다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성장하길 바랐던 두 사람은 포천으로 터전을 옮겼다.

당시 집 주변은 논밭이 대부분이었고 가로등조차 부족한 곳이었다. 부부는 이곳에 마을의 첫 번째 주택을 세웠다. 김포공항 팔각정 작업에 참여했던 장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지은 집은 중목 구조의 한옥 형태로 완성됐다.

붉은 오지기와가 올라간 지붕과 ‘ㄷ’자 형태로 이어진 구조는 전통미와 유럽 주택의 분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집의 중심에는 대청마루를 떠올리게 하는 넓은 거실이 자리한다. 최대 30명이 함께할 수 있는 이 공간은 가족 모임은 물론 이웃들과 음악을 나누는 장소가 되어왔다.

세월은 집에도 흔적을 남겼다. 목재 기둥과 바닥 일부가 낡기 시작하면서 건축을 전공한 둘째 딸 여빈 씨가 리모델링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지는 않았다.

주방과 욕실은 생활 편의를 고려해 개선했지만, 가족의 기억이 담긴 공간은 그대로 남겼다. 오래된 창호와 복도, 60년 넘은 자개농, 천장에 붙은 닥지까지 보존했다. 더 나은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집만이 가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첫째 딸 윤지 씨 역시 해외에서 생활하면서도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변함없는 집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는다고 전한다. 부모와 자녀, 손녀까지 이어지는 기억의 공간이 된 이 집은 이제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한 장소가 됐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란 집…건축가 아빠가 만든 행복한 놀이터

사진=건축탐구 집
사진=건축탐구 집

두 번째 공간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자리한 건축가 원기 씨의 집이다. 마을 초입에서부터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을 가진 이 집은 16년 전 가족을 위해 직접 설계한 공간이다.

경북 안동에서 성장한 원기 씨는 중학교 시절 강남 8학군으로 이동해 생활했다. 이후 결혼 후에도 서울과 분당 인근에서 지냈지만, 자녀들에게는 보다 자유로운 환경을 선물하고 싶어 광주행을 선택했다.

건축가이자 아버지로서 처음 지은 집인 만큼 곳곳에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외벽은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렁이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재료와 형태를 활용해 독창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집 내부는 일반적인 공간 구성을 벗어나 순환식 구조로 만들어졌다. 어디로 이동하든 새로운 공간과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해 아이들이 집 안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놀 수 있게 했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높낮이 변화를 줘 공간에 리듬을 더했고, 큰 창을 통해 남한강의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삼남매의 방 역시 각자의 개성과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아내를 위한 공간도 특별하다. 침실 아래 숨겨진 지하방은 독서와 명상을 위한 작은 휴식처다. 낮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마당의 풍경은 일상 속 여유를 선물한다.

거실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면 어린 시절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오두막이 등장한다. 시간이 흐른 뒤 이곳은 부부만의 비밀 아지트로 변했다.

또한 마당 한편에는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도 마련됐다. 필로티 구조 아래 만든 ‘올챙이 쉼터’는 아이들과 이웃들이 자유롭게 머무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견딘 집과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집. ‘건축탐구 집’은 두 공간을 통해 집이 사람의 삶과 기억을 담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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