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피범벅이 된 채 말을 타고 질주하는 조인성과 유탄발사기를 든 채 거친 드리프트를 선보이는 정호연. CG 도움 없이 오직 맨몸과 스턴트로 영화 ‘호프’ 속 외계의 존재에 맞선 압도적 액션을 완성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호프’는 외계인의 출몰로 초토화된 비무장지대의 작은 마을 호포항을 배경으로 한다. 극 중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동네 청년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기존 세련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말에 올라타 거친 국도를 질주하는 날것의 액션으로 영화에 폭발적인 추진력을 더한다. 정호연 역시 물러섬 없는 순경 성애 역을 맡아 카체이싱과 총기 액션을 소화하는 등 힘 있는 에너지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한다.
O“‘호프’ 위해 체중 늘리고 1종 면허 따고”
정호연에게 ‘호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오징어 게임’으로 단숨에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뒤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그사이 특별출연한 작품들은 있었지만, 정식 주연으로 관객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오징어 게임’ 이후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그만큼 커진 “부담감과 불안감으로 차기작 선택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선배들께서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셨죠. ‘호프’는 감독은 물론 배우, 스태프까지 각 분야 최고의 제작진이 함께한 작품이라 저에게는 큰 배움의 현장이었어요.”
스크린 첫 주연작인 만큼 준비 과정도 혹독했다. 5kg에 육박하는 총기를 들고 나홍진 감독의 수십 차례에 이르는 테이크를 소화하기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며 체중까지 증량했다. 또한 수동 기어 순찰차를 자유롭게 운전하기 위해 기존 2종 면허 대신 1종 보통면허를 새로 취득했고, 레이싱 전문가에게 드리프트 교육까지 받았다.
“액션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 긴장하며 촬영했어요. 특히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제 옆자리에 황정민 선배가 앉아 계셔서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라고요. 감독도 밖에서 더 안절부절못하셨고요. 그런데 그때 정민 선배가 ‘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한마디 해주셨어요. 그 말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죠.”
영화 ‘호프’ 스틸,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17세부터 런웨이를 누벼온 베테랑 모델 출신답게, 현장에서 치열한 훈련과 배움의 과정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정호연은 모델과 배우의 공통점에 대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결국 제가 가진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연기는 사람의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면, 모델은 외적인 이미지와 분위기를 표현하는 직업에 더 가깝죠. 17살부터 모델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웠고, 그때 익힌 태도들이 지금 배우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일하며 얻은 유연함 역시 모델 활동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이고요.”
갑작스럽게 쏟아진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 배경 역시 모델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과 깨달음 덕분이다. 그는 그동안의 시간을 발판 삼아 ‘단단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17살부터 15년 동안 모델 일을 하면서도 한두 번의 화보나 런웨이만으로 경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웠어요. 배우 역시 한 번의 작품이 다가 아니죠.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제 몫을 해나가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연극 무대에도 도전해서 더욱 확장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