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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가해자들에게 100m 접근 금지가 의미가 있을까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신저, 딥페이크(AI를 활용한 가짜영상) 등 비대면 스토킹 수단도 차고 넘치잖아요.” 최근 만난 한 스토킹 범죄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들이)다들 너무 불쌍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 의뢰자, 즉 스토킹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했다. 스토킹 가해자들은 피해자 집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기도 하고 근처에서 잠복하면서 기다리는 사례는 다반사라고 전했다. 심지어 가해자 부모가 합의하겠다며 피해자의 직장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2차 가해 사례도 있었다며 손사레를 쳤다. 다른 동료들의 불편한 시선에 피해자가 되레 근무지를 이동하거나 아예 이직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경찰의 잠정조치 2~3호(100m 이내 접근금지·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얘기다. 더구나 그룹·SNS·익명 플랫폼 등을 통한 간접적·집단적 괴롭힘, 알고리즘·데이터 수집을 활용한 스토킹 등 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스토킹 수법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보호명령 조치는 오프라인 중심의 제재라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어느 한 쪽은 죽어야 끝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토킹’은 잔혹한 중범죄다. 가해자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집요하고 폭력적으로 진화해서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 이어 4개월 만에 또다시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성남에서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해 접근금지 조치를 받은 50대 남성이 한 달 만에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국회가 남양주 사건을 계기로 지난 4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담은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한 이후 벌어진 만큼 법 개정만으론 추가 범행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현 형사사법체계로는 스토킹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발생(입건) 건수는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23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7351건으로 4년 만에 17배가량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2021년~2025년) 구속영장 신청 비율은 평균 3% 수준에 그쳤다. 구속으로 이어지는 영장 발부 비율은 1% 안팎으로 더 적다. 이는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현장의 위험신호를 구체적 범죄 사실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위험신호에도 불구하고 현 형사사법체계상 가해자의 신병 확보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남양주 사건에서 봤듯이 이미 경찰의 잠정조치가 있었음에도 가해자가 무시하고 접근한 것인데다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 전과자가 다른 사람에게 스토킹할 것까지 예측해 조치하기에는 현 법 구조상 어렵다. 이번 성남 사건도 예측의 범위를 넘어섰다. 경찰은 잠정조치 2~3호를 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4호 처분(유치장 구금)은 신청하지 않았다. 반복적인 스토킹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사안의 중대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에 벌어질 사건을 예측해서 사전조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 자체를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보다 적극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미국 사례와 같이 피해자와의 동선과 겹치는 장소나 건물 출입을 완전금지할 뿐 아니라 구금 처분 적용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사건 발생 뒤 알림을 보내는 스마트워치나 피해 당사자에게만 알림정보를 전달하는 모바일 앱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구조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결국 일부 법 개정이나 잠정조치만으로는 악랄한 스토킹 범죄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지속적인 형사사법체계 보완뿐 아니라 법원 및 수사기관의 행정적 실행력 강화, 피해자 지원 개선 등이 함께 맞물려 이뤄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또다른 잔혹한 스토킹 범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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