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권택석(=경북) 기자] 포항에서는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박용선 포항시장이 정치권은 물론 지역 경제계 및 시민사회 등과도 '대통합'을 내세움으로써 이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포항시·포스코 간 화합 분위기까지 일사천리로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사회는 親 기업형 포항시장이 당선되며 포항지역 전반에 걸쳐 만연했던 분쟁을 멈추고 여러 외적·내적 여건들을 끌어모아 제2의 영일만 기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포항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 노사 간 교섭이 예기치 못한 또 다른 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되며 위태로운 국면을 맞게 됨으로써 지역 전체에 걸쳐 불안을 재촉하며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노동조합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2026년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7.1%의 투표율에 92.2%의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위기를 전가하는 경영방식은 더 이상 현장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현장 노동자들의 박탈감과 경영방식에 대한 불신, 그리고 더 이상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현장의 강력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역사회 내에서는 포스코 노조의 성급한 쟁의 돌입이 오랜만의 포항시·포스코 간 화합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과 낙담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포스코 측과 포항시장이 모처럼 마음을 맞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려고 하는 차에 이런 구도를 중도에 깨트려 버린다면 또 다른 형태의 갈등이 지역사회를 뒤덮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품 유입, 수요 둔화,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적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해 있어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화는 불가피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재무 건전성 유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구조를 점검하고 실행하는 것은 특정 구성원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이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회사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복리후생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임금과 성과 보상 역시 경영 실적과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인재 육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가 이번 찬반투표를 "현장의 절박한 경고"라고 규정한 데 대해 회사 측은 투표 결과를 노조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로 존중하지만 이를 전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나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로 확대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는 쟁의행위보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노사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점에는 노조와 인식을 같이한다"며, "앞으로도 성실한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회사의 경쟁력과 고객 신뢰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호 존중과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포스코 노조가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무파업 전통을 이어왔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파업 의사가 없다'고 강조하더라도 쟁의권 확보 자체가 시장에 주는 신호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회사 측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
회사가 언제까지나 현장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면한 대형 위기 앞에서는 어느 한 편이 아닌 구성원 전반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현재 중론이다.
또한, 때를 고려하지 않는 쟁의행위는 어느 쪽에서도 공감과 응원을 받지 못할 것이며 무엇이 회사와 노조, 나아가 협력업체 직원과 포항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이익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히, 그리고 깊이 통찰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노사 모두 상대방의 책임만을 강조하기보다 교섭을 통해 접점을 찾고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특히,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금 인상과 수준 높은 복지를 요구하는 반면에는 생산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해법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경영진은 재무 안정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책임져야 하고 노동조합 역시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사가 각자의 논리만 앞세운다면 결국 피해는 기업과 고객, 그리고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공정경제시민연합'의 한유성 공동대표는 "포항에 이제 막 새 지방정부가 들어서고 포스코는 아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노조 측에서 시간과 기회를 좀 더 제공하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며, "평화적 노사관계의 전통을 이어 나갈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창립 50년을 넘긴 포스코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기도 하거니와 현재에 있어서는 생산성 향상뿐만이 아닌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설비 전환 투자를 지속 확대해야만 한다. 포항지역에서는 수소환원제철소 부지가 확정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그룹 측면에서 보면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테슬라 납품을 신호탄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룰 태세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런 때 노사 모두는 상대를 일방적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을 함께 높여나갈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 포스코에 필요한 것은 명분을 내세우는 상쟁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경쟁력 회복의 청사진이다.
끝으로 포항이라는 도시가 포스코로 인해 비약적 발전과 쇠퇴의 굴곡을 겪어왔던 만큼 오늘의 포항제철소, 그리고 포스코 노조라면 그들에게 온갖 기대와 우려를 보내고 있는 포항시민의 마음도 헤아려 봄직은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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