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발이 넓은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친구가 많고 인맥이 넓은 사람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JYP엔터테인먼트이자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 배우 차승원, 배우 차인표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인맥 강박’의 허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인맥을 넓히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대신 자신에게 투자하고(박진영), 불필요한 관계를 과감히 정리하며(차승원), 인연의 유한함을 인정해야 한다(차인표)는 것이다. 박진영씨는 “사람하고 인맥 쌓는 게 길게 보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설파했다.
이건 정말 여러분들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리는데 돌이켜보면 사람하고 인맥 쌓는 게 길게 보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근데 젋었을 땐 이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여기에 시간을 의외로 많이 쓴다. 이제 와서 느껴보면 그 별로 의미가... 진짜 친구면 모를까. 그 시간을 빼면 시간이 의외로 많이 남는다. 사람을 안 만나야 돼.
인맥 쌓기의 부질없음을 설파한 박진영씨의 모습. <사진=SBS 캡처>
지난 2022년 11월30일에 방송된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한 얘기인데 박진영씨는 “진짜 친구와 가족 말고는 사람을 안 만나야 한다”면서 “(그 대신 자기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다. 제일 중요한 건 뭘 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살림을 잘하거나 육아를 잘하거나 뭐 공사 현장에서 타일을 잘붙이거나 MC를 잘하거나 뭘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행간을 가려보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의 무용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지나치게 에너지를 많이 쏟지 말라는 취지로 읽혀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지는 심리적 기전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 교수(스탠퍼드대 심리학과)는 “인간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낄 때는(사회초년생 시절) 정보 습득을 위해 넓고 얕은 관계에 집착한다”면서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나이가 될수록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정서적 만족을 주는 소수의 깊은 관계와 자기 자신에게 에너지를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노년의 외로움’에 직면하게 되는데 카스텐슨 교수는 아래와 같이 역설했다.
노년의 외로움은 우리가 잘못 살아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뇌의 지혜로운 선택이다. 그래서 노년의 외로움은 저주가 아니라 가장 큰 축복이다.
나아가 카스텐슨 교수는 “건강한 관계의 다이어트”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젊었을 때도 스스로 자기관리를 잘해서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억지로 인맥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 인맥이다.
배우 차승원씨도 넒은 인맥의 허상을 쫓지 말라고 조언했다. 차승원씨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은 인간관계 대원칙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①사람 많이 만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곤하고 시간만 낭비한다.
②진짜 소중한 몇명이면 충분하다. 진짜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③셋째 혼자 있는 시간이 더 가치 있다. 조용해야 깊이 사고할 수 있다.
④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면 에너지만 소비된다. 형식적인 만남이 줄어야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⑤가족이 더 중요하다. 친구관계는 변하지만 가족은 끝까지 남는다.
실제로 차승원씨는 ③과 관련하여 평소 루틴을 묘사한 적이 있다.
집에 들어가면 스탠드 켜놓고 다리를 하나 (책상에) 올려놓고 선풍기 1단 켜놓고 옆으로 삐딱하게 책을 읽는 게 나의 루틴이고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친구 안 만나고) 이게 나쁜 거야?
차승원씨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의미 없는 관계를 정리하고 진짜 중요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에 친구도 안 만나고 일과 집만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데?) 아니 친구를 뭐 나는 또 친구를 굳이 만나야 되는 거야?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친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니?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 마실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없는지?) 그런 친구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있는 친구라 할지언정 그와 무슨 얘기를 나누겠냐고? (일상 얘기나 작품 얘기?) 그건 와이프랑 해도 되고, 작품 얘기는 일하는 사람하고 하면 된다. (그러면 정말 친구가 없는지?) 없다. 0명. 사적으로 만나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다. 1년에 저녁 식사 약속을 하고 나가서 하는 게 세 번도 안 되는 것 같다. 난 사실 내성적인 성격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1년에 사적으로 만남을 갖는 횟수가 3회 밖에 안 된다는 것이 좀 놀라운데 사실 친구가 없다기 보다는 친구를 안 만든다는 것이 정확하다. 오히려 차승원씨는 인간관계과 인연 하나하나에 큰 책임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
(배우로 유명해졌음에도 런웨이를 꾸준히 하는 이유가 있는지?) (패션 디자이너) 송지오 선생님과의 관계가 있잖아. 나는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다. 특히 일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한 30년 됐다. 디자이너 컬렉션을 할 때부터 내가 모델이었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몇명 있다. 사실 너네들(나영식 PD 사단)하고의 관계도 마찬가지지. 꽤나 오래된 관계잖아. 이런 관계들은 뭔가 훼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거야. 내가 자정 능력이 떨어질 때가 있어. 못 걸러낼 때 상대방한테 굉장히 송곳 같은 말과 그런 행동들을 할 때가 있다. 훼손하면 안 되는데 그럴 때가 있다. 그런 걸 주의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별로 없다는 점을 자주 강조하고 있는 차승원씨의 모습. <사진=tvN 캡처>
좁게 형성된 진짜 나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에도 벅찬데 너무 많은 인맥을 관리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심지어 가족도 노력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이 차승원씨의 생각이다. 차승원씨는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 1명이 있는데 그가 바로 배우 유해진씨다. 차승원씨는 “(유해진씨와는) 이견이 있어도 서로 갈등을 유발시키진 않고 전혀 다른 색깔인 사람인데 마지노선을 알고 거길 넘어오지 않는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회초년생은 노력하거든. 내가 이러면 친구관계가 끊기나 싶어서 괜히 전화해서 약속 잡고 이러잖아. 이게 너무 피곤한 것 같은데 예전에는 많이 만나고 자주 만나야 일이 순조롭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때도 있었어. 근데 그렇지 않아. 배우라는 직업은 그 배우만 보여주면 되는 거야. 내 성격이 어떻고 우리 가족관계가 어떻고 내가 좋아하는 건 이거고 싫어하는 건 이거고 왜 얘기를 해야 돼! 언제 저녁이나 먹으면서 우리 술 한 잔 하면서 얘기하실래요? 그거 별로 좋지 않아. 술 먹으면서 얘기하는 거는 그거 10초 얘기 한다. (오래 알고지내던 어떤 친구와 멀어지게 될 때는)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돼. 그런 마음이 들면 없애버려야 돼. 왜냐면 실수하게 되거든. 굳이 내가 정리하지 않아도 될 일을 앞서나가서 정리를 해버리는 거야. 그것도 안 좋게. 그럴 바엔 차라리. 이런 거지. 좋으면 좋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지. 괜찮은 건 없는 거야. 나는 왜냐면 괜찮아요? 이건 아니야. 나쁜 거야 안 좋은 거야. 괜찮다고 할 뿐이지 좋지 않으면 나쁜 거야. 그렇게 관계를 다 깊게 가져올 수 없는 거잖아.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옥스퍼드대 심리학과)는 한 개인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인원 규모를 뜻하는 ‘던바의 수’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통상 150명 가량이다. 던바 교수는 “사람 많이 만난다고 성공하지 않는다”면서 “진짜 소중한 몇명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150명 중에서도 정말 친밀한 감정을 나누고 신뢰할 수 있는 핵심 관계는 되레 5명 안팎에 불과하다. 무분별하게 인맥을 넓히려는 시도가 애초에 인간의 뇌 용량을 초과하는 ‘비효율적인 과부하’를 낳는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로버트 월딩어 교수(하버드대 의대)도 “가짜 연결은 영혼을 지치게 한다”면서 “인생에서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느냐가 아니라 관계의 질(Quality)”이라고 단언했다.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그 안에서 갈등이 잦거나 피상적이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배우 차인표씨는 “항상 인간은 외로운 것 같다”며 “나의 어떤 조건이 바뀌어서 친했던 사람과 소원해진다면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이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고 말했는데 멀어져가는 인연을 붙잡으려고 하지 말고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스마트폰 속 수백명의 연락처를 뒤적이며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당발이 되는 비법이 아니다. 의미 없는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고 내 삶의 실력과 성품을 기르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맥이라는 허상에 갇혀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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