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청산 기로에 내몰리면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맡아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등 다른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형 사모펀드 운용 인력이 여러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약 200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고, 잔존 사업부 매각과 영업 정상화 가능성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폐지 결정이 확정될 경우 홈플러스는 파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14일 이내 즉시항고와 자금 조달 여부에 따라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론은 MBK의 인수·운영 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임대 전환,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지만, 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장기 경쟁력과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도 MBK가 차입매수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자산 매각과 임대 전환을 반복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해왔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부터 핵심 역할을 해온 인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홈플러스 기타비상무이사를 거쳐 2024년 1월 공동대표로 취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이 재무·관리 부문을 맡아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대표 취임 이후 약 1년여 만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서, 그의 경영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홈플러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려아연 투자자 정보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25년 3월 28일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임기는 2027년 3월 28일까지다.
고려아연은 김 부회장의 주요 경력으로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대표이사,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 부회장을 기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을 기반으로 핵심광물·첨단소재·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국가기간산업 성격의 기업이다.
회사는 지난해 이사회에서 미국 정부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사업 추진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이런 장치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연구개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필수인 만큼, 단기 투자수익 회수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식 의사결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롯데카드 사례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롯데카드 기타비상무이사로 2019년 10월 최초 선임된 뒤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업무를 수행했다.
다만 롯데카드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25년 12월 1일 중도사임했다. 따라서 현재 롯데카드 이사회에 참여 중이라고 단정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대주주 책임론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MBK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롯데카드에 총 5921억원의 IT 투자를 진행했다며 관리 소홀 주장을 반박했다. MBK는 해당 투자 규모가 롯데카드 당기순이익의 약 40%, 총 배당금의 1.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네파 역시 논란의 한 축이다. 비상장사인 네파의 최신 등기 확인은 별도로 필요하지만, 김 부회장이 네파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MBK 포트폴리오 기업 전반의 재무 관리와 이사회 책임 문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네파는 차입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며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제기돼 온 기업으로, 홈플러스 사태 이후 MBK식 투자·운영 모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회생 무산은 단일 기업의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책임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도 MBK의 홈플러스 관련 RCPS 조건 변경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 이익 침해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중징계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MBK의 기관투자자 신뢰와 향후 펀드 운용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와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 말 MBK를 상대로 공동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두 노조는 업종은 다르지만 사모펀드의 경영 관여가 고용 안정성과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김 부회장 개인의 겸직 자체가 아니라, 홈플러스 사태로 드러난 MBK의 경영 방식이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에도 반복될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의 회생 실패가 직원과 협력사,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MBK와 김 부회장이 고려아연 등 주요 투자 기업의 이사회에서 어떤 책임과 원칙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감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