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그린피 골프’가 이용객 감소로 주춤하는 사이, 저비용·저진입장벽을 앞세운 ‘파크골프’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한때 은퇴 세대의 소일거리 정도로 여겨졌던 파크골프는 어느새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투자사업이자 지방선거 표심을 좌우하는 정책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Andrew Angelov-shutterstock.com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를 단순화한 생활체육 종목이다. 공원이나 하천변 등 평탄한 부지에 조성된 짧은 코스(보통 파3~4, 100m 안팎)에서 나무 재질의 클럽 하나로 공을 쳐 홀에 넣는 방식으로, 규칙이 간단하고 라운드 시간도 1~2시간 안팎으로 짧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크게 낮다.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수천 원 수준의 이용료만 내면 되고, 별도의 회원권이나 캐디피, 카트피가 필요 없다. 접근성도 뛰어나 생활권 안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는 점이 일반 골프와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성장세는 통계로도 뚜렷하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은 2020년 약 4만 5000명에서 지난해 말 22만 9757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3년 전인 2022년(10만 6505명)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다. 비회원 동호인까지 포함하면 실제 이용자는 6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협회는 추산한다. 전국 파크골프장 수도 2019년 226곳에서 올해 1월 말 기준 564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런 성장세에 지방정부의 투자 경쟁도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전북도는 총사업비 300억원을 들여 180홀 이상 규모의 국내 최대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이며, 2030년 개장을 목표로 시·군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경남 거제시는 2035년까지 권역별 파크골프장에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별도로 118억원 규모의 27홀급 구장도 조성하고 있다. 창원시는 ‘파크골프장 500홀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경남 거창군은 올해 36억원을 들여 전 읍·면에 8개소·72홀 규모 구장을 짓고 있다. 서울시도 2026년까지 생활권 파크골프장 32곳과 스크린 파크골프 시설 61곳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도 파크골프는 핵심 공약으로 부상해, 일부 후보는 생활권마다 최소 1개씩 구장을 만드는 ‘1000개 조성’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반면 기존 골프 시장은 뚜렷한 하락세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21년 505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4772만명, 지난해 4641만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같은 기간 골프장 수는 오히려 늘어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골프 소비지출액도 2023년부터 16개월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의 비정상적 호황이 끝나고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과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지나치게 높은 그린피·캐디피 부담, 젊은 세대의 이탈,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골프 투어로의 수요 유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파크골프 즐기는 시민들. / 연합뉴스
이 같은 대조 속에 지방정부들이 파크골프에 앞다퉈 뛰어드는 배경은 명확하다.
빠른 고령화와 은퇴 인구 증가로 저비용 생활체육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데다, 전국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와 생활인구 확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규모 대회가 열리면 수백에서 수천 명의 참가자와 가족이 지역을 찾아 숙박·음식업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정 생활체육 종목에 수백억원의 지방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하천변 구장의 침수 위험, 소음·주차난을 둘러싼 주민 반발, 특정 단체의 구장 독점 이용 문제 등이 함께 지적된다. 성장세 역시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3만명대에 이르렀던 협회 등록 회원 수는 올해 들어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어, 양적 확장을 넘어 운영 내실화와 안전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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